'같은 위기 다른 대응' 조선 빅3 노조, 엇갈린 행보
'같은 위기 다른 대응' 조선 빅3 노조,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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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함께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앞줄 왼쪽 두 번째),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앞줄 왼쪽 세 번째). (사진=현대중공업)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국내 조선 빅3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며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노사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즉생' 각오를 외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노조의 목소리만은 다르다. 기본급 인상, 해외연수 등 무리한 요구로 일관하고 있어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창립 44주년(지난달 22일)을 맞아 "노동조합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임금 9만6712원(기본급 대비 5.09%) 인상 △성과급 지급(250%+알파) △정년 퇴직자 수만큼 신규 채용 △성과연봉제 폐지 △연간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직무환경수당 상향 조정 등이 담겨 있다.

여기에 개인노후연금으로 기본급의 3%를 퇴직 시까지 회사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조는 사측에 적극 협조하며 현대중공업 노조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삼성중공업 노조협의회는 올해 들어 신규 수주가 없자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에 나섰고, 대우조선 노조는 임금동결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사측과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 노조는 지난 7일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조선업종 전체를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과 변성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은 7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해양프로젝트 인도에 따른 건조 물량 급감으로 거제지역에서만 최소 2만 여명의 물량팀(임시직)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고용대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조선업종 전체를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해 영세한 조선 기자재 부품기업을 포함한 조선소 근로자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출한 요구안은 협상 전이기 때문에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회사의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 여론의 질타는 거세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만 5조원에 달한다. 올해 수주한 선박도 5척(현대삼호중공업 포함)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사측의 경영권까지 관여하겠다고 나섰다. 노조는 이번 요구안에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을 인정하고 이사회 의결 사항을 노조에 통보하도록 했다. 또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인력 전환 배치 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 의결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단협을 모두 적용하면 올해만 연간 4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수주절벽, 고용 불안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회사가 위기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중인데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준 높은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 요구안을 면밀히 검토한 뒤 추후 상견례 일정 등을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강경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분규였지만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2014년부터 2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올해도 '강성 성향'인 백형록 노조위원장이 노조를 이끌어 사측과의 마찰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백 위원장은 요구안 전달식에서 "이번 임금, 단협은 회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현실을 반영한 요구"라며 "동종사와 비교해도 무리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피해보상 심리가 깔려 있다"며 "노조는 회사의 적자가 경영진의 무능력이 초래한 것이지 직원들은 피땀 흘려 일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더욱 강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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