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업계, 경고그림 도입에 '기존 재고량 대폭확대' 의혹제기
담배업계, 경고그림 도입에 '기존 재고량 대폭확대' 의혹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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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오는 12월부터 담배 경고그림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국내 담배유통을 담당하는 판매채널에서는 도입반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출고기준 제품에 적용하고 이전 생산재고에는 적용 안해
"국내 제조공장 둔 업체의 꼼수" vs "세금부담에 재고확대는 어려워" 업계 이견

[서울파이낸스 조윤성기자] 정부가 오는 12월부터 담배 경고그림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담배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기존제품의 재고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진다.

6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 경고그림 제정위에서 경고그림 시안을 공개했으며, 현재 경고그림의 담뱃갑 위치, 순환주기, 경고 문구 글자체 등 구체적 표기 방법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규제 심사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는 12월 23일부터 생산공장에서 출고되는 담배 제품은 복지부에서 정한 경고그림을 삽입해야 한다.

담배제조사들이 흡연의 피해를 경고하는 그림을 도입하게 되면 판매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기존 재고량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이하 판매인회)는 최근 보건당국이 공개한 흡연 경고그림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경고그림의 수위를 조절하고 담뱃갑 하단에 배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담배 소매상 13만명이 속한 판매인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배치하고 진열을 강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과 최근 공개된 경고그림 시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힌바 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담배는 다른 상품판매의 유인효과도 있어 이들 판매인회의 반대수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담배제조사는 담배를 많은 소매점에 끊이지 않고 공급하기 위해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로 물량을 보관하게 된다. 이때 출고돼 보관된 물량을 '안전재고'라 부른다.

◆안전재고 물량 확대로 경고그림 미부착 담배 판매

담배업계 일각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 제도 적용이 공장출고 시점 기준인 것을 악용한 일부 업체가 기존 제품의 재고량을 늘려 해당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경고그림이 없는 담배를 최대한 오랫동안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꼼수로 경고그림이 적용된 담배와 경고그림이 없는 담배가 동시에 판매되는 불공정한 시장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

유통채널별 공급물량에 따라 담배매출로 인한 희비도 엇갈릴 수 있다. 경고그림이 적용된 담배를 공급받은 채널은 매출이 급락하고 경고그림이 적용되지 않은 채널은 매출이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담배 제조사는 KT&G를 비롯해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고(BAT), 한국필립모리스(KPM) 등이다. JTI코리아는 국내 위탁 생산 및 해외공장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업계 "출고시 납부하는 세금부담에 대량재고 확보 어려워"

이러한 지적에 대해 담배업계는 재고물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출고당시 담배 1갑에 붙는 제세부담금 부담 때문에 재고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담배 1갑에 붙는 제세부담금(세금·건강증진기금 부담금 등)은 4500원짜리를 기준으로 3318원이다. 재고량을 1억갑까지 늘린다면 담배업계는 3318억원의 세금을 준비해야 한다. 재고량을 크게 늘렸다가는 자칫 세금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한 국내 담배제조업체들은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 때문에도 오래된 담배를 유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그동안 신선한 연초를 확보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왔다"며 "재고를 늘려 오래된 담배를 제공하면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잃어버려 고객불만이 제기될 게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재고담배 유통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보건복지부는 최근 경고그림 제정위를 개최해 경고그림 시안을 공개했다.(사진=보건복지부)

국내에 유통되는 담배는 유통기한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유통기한은 없지만 생산된 담배는 1년 정도 유통하고 이후에는 폐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편의점업계에서도 아직은 정부의 경고그림 도입이 확정되지 않아 물량확보에 따른 대책은 아직 세우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시책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어서 대책이 아직은 없다"며 "담배가 매출은 높고 마진은 낮아 업계에 피해는 극히 미미한 상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제조사로부터 경고그림 도입이후와 관련해 어떤 제안도 받지 못했다"며 "정부가 시행하는 규제라 쉽게 재고를 떠안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담배제조사가 기존 제품의 재고량을 필요 이상으로 늘린다면 보건복지부의 경고그림도입 취지가 무색케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사전 재고확대 저지 위해 규제해야

이에 담배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전 재고확대를 위한 꼼수를 저지하기 위해 담배제조사에 대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4년 담배 세금 인상 추진 당시, 기획재정부에서 담배 매점매석행위에 관한 고시를 통해 반출과 매입량을 규제했다.

이들 업체들은 담뱃세 인상 당시 시행했던 규제를 이번에도 강력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담배제조사들이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기업의 이윤을 위해 '안전재고'의 물량을 확대해도 현재는 법적제재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이 있는 담배와 그렇지 않은 담배가 동시에 판매된다면 누가 경고그림이 있는 제품을 구입하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경고그림 제도 시행 전에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린다면 이것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판매를 늘리려는 명백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KT&G 등 담배 기업들이 세금 인상 당시 비슷한 수법으로 막대한 시세차액을 남긴 전례가 있는 만큼, 제도 개선 등 관련 기관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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