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고강도 구조조정 돌입…현대로템 '신호탄'
현대차그룹, 고강도 구조조정 돌입…현대로템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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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도 의왕行…현대·기아차 중국 판매 고전

[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경기 불황에 결국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철도 차량과 방산산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로템이 구조조정의 시발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중국 판매 부진에 바짝 긴장해 있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이날 10여년 만에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을 떠나 경기도 의왕연구소로 이전을 완료했다. 철도, 플랜트, 중기사업부, 구매, 지원 등 500여명 규모의 조직이 의왕연구소로 옮겨갔다.

현대로템은 "양재동에 있는 서울사무소와 의왕연구소의 사업장 통합 추진은 영업, 구매, 연구소 지원조직 간 유기적 협업으로 사업 진행 의사결정을 신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양재동 사옥 임대료가 비싸지 않아 굳이 옮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의왕연구소로 이전을 강행한 것은 사무직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유도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사내 변호사를 포함해 수십명의 직원이 희망퇴직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과 2005년에도 실적 부진으로 500여명 규모의 인력을 줄인 바 있다.

▲ 현대로템의 철도, 플랜트, 중기사업부, 구매, 지원 등 500여명 규모의 조직이 의왕연구소로 옮겨갔다. (사진=연합뉴스)

현대로템의 한 직원은 "임대료보다 이사 비용이 더 들 것 같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양재동에서 의왕으로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그만둔 직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올 초부터 과장 이상급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임원 연봉 반납, 관리직 연봉 동결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안도 시행 중이다.

회사는 글로벌 철도업계의 경쟁 과열로 수주 실적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 손실이 1929억원에 달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있다.

신용 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최근에는 자금조달 수단을 자산유동화담보부대출(ABL)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급선회하는 등 유동성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에서 현대글로비스와 동거 중인 자동차 부품 업체 현대위아도 내달 의왕연구소로 서울 사무소를 옮긴다. 의왕연구소에서는 새로 이사 온 현대로템과 같은 건물을 쓰게 된다.

현대위아 또한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현대로템과 방위산업 부문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위아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5009억3000만원으로 전년보다 4.7% 줄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센터(GBC) 신축을 위해 5월 중 구 홈플러스 본사로 사옥을 옮긴다.

문제는 이들 계열사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도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지역의 선방으로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중국 시장에서 12만4495대를 팔아 전년동월(15만9449대)보다 21.9% 급감했다. 현대차는 이 기간 7만5236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대비 27.2%, 기아차는 4만9259대로 12.2% 각각 줄었다.

지난 1월의 경우 여타 업체들보다 현대·기아차가 유독 판매 부진이 심했다. 중국 8개 주요 업체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지난 1월 판매 감소 폭이 전년 동월대비 가장 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분기에도 중국 시장에서 중국 토종브랜드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판촉 경쟁에 밀려 판매와 실적이 급락해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중국 법인 경영진을 교체하고 대대적인 판촉 공세에 나서 지난해 4분기에 가까스로 정상 궤도에 오르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패는 결국 중국에서 판가름나는데 최근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은 올해 800만대 판매 목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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