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M&A '설욕전'…현대證 품에 안을까?
KB금융의 M&A '설욕전'…현대證 품에 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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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국민은행

25일 본입찰 마감…이번에도 '가격'이 관건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KB금융지주가 연거푸 고배를 마셨던 증권사 인수전에 또다시 칼을 꺼내들었다. 특히 지난해 대우증권이라는 '대어'를 놓치며 '주인(오너)없는 회사의 한계'라는 오명을 썼던 만큼 이번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설욕전에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는 현대증권 인수전은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앞서 예비입찰에서는 한국금융과 KB금융 외에도 LK투자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글로벌원자산운용, 홍콩계 액티스 등 사모펀드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간 증권사 기업인수합병(M&A)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로서는 이번 인수전이 대어를 낚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가격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현대증권 규모의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KB금융의 증권사 인수 도전은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지난해 대우증권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라는 점에서 절박함을 더한다.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는 한국금융지주(2조2000억원대)보다도 낮은 2조1000억원대의 입찰가를 써내면서 3순위로 밀려난 경험이 있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미래에셋증권은 2조4513억원이라는 '통큰 베팅'으로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이력을 패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으로 M&A 가격 책정에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KB금융이 이번 입찰가 결정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현대증권 매각의 유일한 걸림돌로 꼽혔던 '우선매수청구권'이 사실상 '헐값매각'을 제한하는 도구로 쓰일 전망이라, 예상보다 높은 몸값이 나올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당초 인수 후보들은 본입찰에 참여하더라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청구권을 내세워 막판에 현대증권을 가로챌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도 본입찰 전에 기준가격을 밀봉 상태로 제시하는 식으로 경쟁에 참여키로 한 것. 다른 인수 후보군에서 기준가격 이상의 입찰가가 제시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효력이 없어진다.

현재 부채비율을 감안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고 수준의 기준가격을 써내더라도 사실상 현대증권을 인수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변수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0.13% 등 총 22.56%(5338만410주)다. 이날 종가(665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3683억원으로,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더하면 4000~5000억원대 수준이다. 지난해 무산됐던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오릭스PE가 6500억원을 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인수가는 7000억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

결국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관건은 윤 회장과 이사회의 의견 조율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우증권 입찰가 결정 과정에서도 본입찰 직전 KB금융 이사회가 제시한 가격 범위가 다소 보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더라도 대우증권에 비해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무리한 베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너십이 없는 회사라 이사회와 윤 회장 모두 과감한 가격결정을 내리긴 힘든 구조"라며 "더군다나 작년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KB금융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무리하면서까지 인수할만큼 대단히 매력적인 매물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KB금융 관계자는 "대우증권보다는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시장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아예 인수를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이 감안돼 현대증권의 예상 인수가도 (대우증권보다 적게) 거론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수전은 지난 1월 취임한 김옥찬 KB금융 사장의 첫 시험무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당초 KB금융은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 앞서 김 사장을 영입해 인수 과정을 지휘토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취임 일정이 늦어지면서 대우증권 인수전은 박재홍 전 전략담당 전무가 준비했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올 들어 취임한 김 사장이 가세하고, 신임 전략담당 임원인 이동철 전무가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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