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하락에 선박가격까지 '뚝'…한진·현대 고심 깊어지나
운임하락에 선박가격까지 '뚝'…한진·현대 고심 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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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항로 운항중인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한진해운)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경영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해운업계는 계속되는 운임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박 가격까지 하락하며 LTV(담보인정비율)로 인한 유동성 악화도 심각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한 자구 노력을 쏟아 붓고 있어 현 상황은 더욱 뼈아프다.

23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달 평균 371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65와 비교하면 3분의2 가량 떨어졌고, 1만17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5월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BDI는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로, 전 세계 교역량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운임 기준(1000)에서 운반하는 양이 많아지면 BDI는 상승하고, 양이 줄면 지수는 하락한다.

상하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역시 2014년 1200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500대에 그치고 있다.

벌크선은 세계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공급과잉을 겪고 있다. 운임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됨에 따라 현재 운임이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해운업체들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4분기 18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흑자를 이어갔지만 운임하락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부채비율도 848%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9%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443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2013년 말 자구안을 발표한 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원가 줄이기에 집중해왔다. 최근에는 용선료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현대상선은 현대증권과 부산신항만터미널, 벌크전용선 등을 팔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300억원 사재 출연을 담은 추가 자구안도 내놨다.

하지만 높은 용선료와 하락세인 운임으로 유가하락에도 불구 해운업황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해운업체들의 노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두 해운사들의 자구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의 운임하락 폭은 너무 크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운임의 절대적인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운 운임뿐 아니라 선박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LTV 적용 시 해운업계 추가담보·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선주협회는 지난 9일 우리나라 벌크선사에 대한 LTV 적용을 유예시켜 줄 것을 산업은행에 건의하기도 했다.

실제 18만톤 규모의 선박 가격대는 2007년 9000만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4500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최근 7년 사이 우리나라의 80여개 벌크선사들은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20여개 선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대한해운과 팬오션 2개사만 회생되는 등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국적 벌크선사들은 선박가격이 급락함에 따른 담보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권에서 추가 담보나 대출금의 조기 상환을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무 선주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평균 66% 하락한 선박가격에 대해 LTV를 적용할 경우 우량 벌크선사들도 부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운사들은 정부의 자금 지원 기준인 부채비율 400%를 맞추기 위해 자산매각과 모기업 지원 등 자구 노력을 진행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해운업황이 어려워 단기간 부채비율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한다.

김 상근부회장은 "정부의 '선박신조 지원 프로그램'의 조건 부채비율인 400%는 선사들의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해운사의 부채비율이 400%면 위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21일 5개 정책금융기관 간(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은캐피탈) '초대형 선박 신조지원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운사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비율 400% 이하라는 조건을 달성할 경우 선박펀드에서 초대형·고연비 선박의 신조를 우선 지원받는다. 지원 선박은 1만3000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급의 컨테이너선 10척 내외다. 해운사의 신조 지원 요청에 따라 수요를 감안해 세 차례에 걸쳐 분할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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