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호정기자]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간대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go)'의 마지막 대결은 알파고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인공지능 알파고의 4승보다 빛나는 인간 이세돌의 1승이었다.
이세돌 9단은 15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에서 5시간 동안의 혈투 끝에 280수만에 흑 불계패했다. 계가를 했다면 한 집 반에서 두집 반 정도의 차이. 하지만, 이 정도는 프로기사에겐 계가를 해보나 마나일 정도로 꽤 큰 차이. 반집차이에서 불계로 바둑이 끝나는 경우도 드믈지 않다.
체스, 장기 등과 달리 경우의 수가 10의 360제곱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바둑은 아무리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그 국면을 모두 계산해내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번 세기의 대결도 시작 전에는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이세돌 9단 조차 5대 0 이나 4대 1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러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이어 세 번의 승리를 거머쥐며 바둑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국이 진행된지 불과 5개월 만에 몰라볼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뤄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연이은 패배에 기계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올때 쯤 이세돌 9단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세돌 9단은 제4국에서 '신의 한수'가 된 78번째 수를 구사하며 괴물 같은 인공지능을 자멸하게 만들며 반격에 나섰다.
값진 1승으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제5국에서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은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작전을 펼쳤다. 이세돌은 동료 프로기사들과 전날 저녁 늦게까지 실리작전을 철저히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 초반 이세돌 9단이 우하귀 40여집을 확보해 유리해 보였지만 알파고가 두텁게 쌓은 세력을 집으로 전환하며 상환은 반전됐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상변과 중앙에 알파고의 집을 줄이는데 일부 성과를 거두면서 유불리를 알 수 없는 형세까지 흘러가며 끝내기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역전에는 실패하며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이 났다. 이로써 이번 대결은 4승1패로 알파고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전체 대국에 대해 "이세돌 9단이 아니었다면 알파고의 한계를 확인해볼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프로 바둑 기사들의 경기 데이터만으로 바둑을 배우고 바둑 기사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지 확인하고 싶었고, 개인적으로 평생 꿈꾸어 왔던 목표를 달성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제5국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프로 기사든 아마추어든 바둑은 즐기는 것이 기본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바둑을 즐기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번에 알파고와 대국하면서 원없이 마음껏 즐겼던 것 같다"며 "또한 알파고의 수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이 다 맞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좀 더 연구를 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일주일간 펼처진 '세기의 대결'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이세돌 9단을 격려하는 응원의 글들을 쏟아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네티즌들은 "이번 대결을 영화로 제작하자", "인간 이세돌의 아름다운 도전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다", "이세돌 9단은 이기는 법과 지는 법을 모두 보여줬다" 등의 찬사를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