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일본을 다시 본다
10년 전 일본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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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주제로는 껄끄럽지만 지금 부동산가격에 버블이 있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동안 버블이다 아니다 가벼운 논쟁도 일긴 했지만 이제는 대체적으로 ‘버블 있다’로 결론을 낸 것이다.

일본이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10년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일을 이웃에서 지켜본 우리로선 그 누구보다도 부동산 버블이라면 일단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와 그 때 일본은 어떻게 닮았고 또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부지런히 비교해보게 된다.

되짚어보자면 당시 일본에서는 주로 우리의 상호저축은행 격인 지방은행들이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주었다가 부동산 가격 거품이 빠지며 불량 물건을 대량으로 끌어안은 채 부도를 내 전국적인 불황의 시작을 알렸다. 그런 불량 물건은 주로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마지막엔 전국 여러 도시로도 거품이 넘쳐흘렀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 속에 재테크 수단을 찾아 일반 국민들이 일본 국내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다면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 사들이기에 재미를 들였다. 특히 뉴욕의 빌딩 사는 재미에 빠지며 “동경 땅 모두 팔면 미국 절반은 산다”고 큰소리도 쳤다던가.

그런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거의 제로 금리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억척스러울 정도로 저축에 매달리던 일본 국민들이 부동산투기에 열광한 배경이 의심스러워진다. 결론은 예금이 쌓여도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던 지방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발생한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일명 불패신화로 일부에서는 아예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매입가격 전부를 대출해주는 식의 무모하기 짝이 없는 대출도 이루어졌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현재 우리는 담보 비율이 60%를 넘지 않으니 괜찮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상호저축은행 이하의 대부업 등 하위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통제를 별반 따르지 않는 듯하다. 따라서 탈이 난다면 그 쪽에서부터 시작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지금 우리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상호저축은행에는 저축이 몰려들지만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기 어려워 부동산대출 비중을 늘린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기까지만 봐도 10여 년 전 일본과 흡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당시 일본에 대해 우리는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들은 가난하다”고 평하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 국가경제 규모는 나날이 커져가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모두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냥 엄살이 아니다.

30대 이하의 취업률은 떨어지고 50대 이상의 취업률은 높아진다는 현상으로도 뒷받침된다. 50대 이상의 취업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는 얼핏 근속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조기퇴직 후 그 이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직종일망정 생활급이 필요해 일단 취업부터 하고 나서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게다가 장기불황 직전의 일본은 지금 우리 사회와 흡사한 명품 바람이 휩쓸고 다녔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로 횡재한 이들의 소비가 그런 방향으로 흘렀다는 의미일 게다.
눈덩이가 눈 위를 구르며 커져가듯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이 구르는 대로 주변의 돈을 묻혀가며 커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이성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사회적 재화는 갈수록 비생산적인 부문으로만 흘러가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될 뿐이다.

부동산 광풍이 심화시킨 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소득의 양극화에서 소비의 양극화로 나아가고 부유층의 고가 사치품 소비가 늘면 대중매체들을 통해 그런 소비를 지켜보는 대중들의 해소될 수 없는 소비욕구는 더욱 더 투기적 시장을 찾아 헤매도록 유혹한다. 범죄 또한 따라서 증가할 테고.

지금 이런 판국에 레임덕에 몰린 정부의 단속 의지가 먹혀들길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자꾸 단속하는 쪽을 향해 삿대질하는 이들의 목청만 들리니 이를 대체 어찌할꼬.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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