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발목' 포스코, 업계 맏형 위상 '흔들'
'계열사 발목' 포스코, 업계 맏형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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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황준익 기자)

지난해 960억원 당기순손실 기록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1968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고, 20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정리도 지지부진하면서다. 포스코 비리 관련 수사로 홍역을 치르는 등 대내외적으로 악조건에 직면했다.

최근 포스코는 철강재 가격을 인상하며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열연 제품의 가격을 톤당 2만~3만원 인상했다. 이달부터는 톤당 1만원을 추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저가 중국산 철강재가 유입되면서 철강업계는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포스코의 가격 인상을 이끌어 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최근 내수 판매가격을 톤당 2만7000원~3만6000원 올렸다. 국내 수입가도 톤당 20~30달러씩 추가로 인상했다. 포스코의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은 일제히 철강재 가격을 올릴 전망이다.

반면 업계는 중국산 철강재의 가격 인상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철강재의 공급과잉이 여전하고 수요 역시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 재고는 아직 높은 수준이고 수요산업 역시 부진해 가격 인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철강업체들의 생산량이 회복되면 가격 인상으로 인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는 계열사 부실이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어 중국 철강업체들의 감산에도 불구, 숨통이 트일지는 미지수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을 내긴 했지만 연간으로 적자를 기록한 건 4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매출액 58조1920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도 각각 10.6%, 25% 감소했다.

오인환 포스코 철강사업본부장은 "중국산 수입 규제가 없는 나라는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배 정도 증가했다. 생산원가 이하로 불공정하게 들어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스코의 실적악화를 대외 여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포스코 국내외 철강법인들의 부실이 상당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포스코의 계열사는 국내 43개, 해외 178개에 달한다. 계열사 대부분은 적자다.

포스코는 지난해 계열사 19개를 청산했고, 매각 11개, 합병 4개 등 총 34건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올해 35개 계열사를 추가로 정리해 2017년까지 95개사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리 대상 계열사들이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업황마저 좋지 않아 앞으로의 구조조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포스하이알은 자산 매각을 추진했지만 본입찰에 아무도 응하지 않아 파산선고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스틸(KS)과 합작해 2013년 말 완공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14년에만 약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인도네시아 제철소 건설 관련한 비자금 의혹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권 회장은 "동남아지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설비 등을 KS와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부실은 대표이사들의 잦은 교체로 이어졌다.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270개 계열사 359명의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2015~2016년 이사 선임 안건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는 지난 1년간 대표이사 61.5%를 교체해 변동 폭이 가장 컸다.

12개 계열사 대표이사 13명 중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플랜텍, 포스코엠텍, 포스코켐텍, 포스코강판, 포스코기술투자 등에서 8명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포스코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둔화되고 있는 점과 해외 철강법인의 저조한 실적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조선업 침체와 현대제철의 특수강 생산으로 후판 및 선재부문도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가스전을 보유한 대우인터내셔널의 이익이 감소하고, 포스코에너지도 전력수급 안정화로 당분간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제철소를 비롯한 해외 철강법인의 실적이 여전히 저조한 가운데, 계열사 구조조정 및 자산매각의 지연으로 재무안정성의 개선 수준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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