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건전한 시장규율의 작동을 위하여-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이경희 선임연구원
합리적이고 건전한 시장규율의 작동을 위하여-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이경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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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이경희 선임연구원  © 서울파인내스

신BIS협약, 국제회계기준, Solvency Ⅱ 등 일련의 국제금융감독기구에서는 규제규율(regulatory discipline)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시장규율의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율이란 시장참가자들이 금융기관이 건전하게 운영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부실위험 등 평판(reputation)이 양호하지 못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고금리를 요구하거나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금융기관 스스로 높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건전한 경영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규율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참가자들이 금융회사를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금융지식(financial literacy)이 있어야 하며 감시할 유인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시장규율의 작동을 위한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관련 정보의 공개 수준이라고 한다. 보험상품은 타 금융상품과 달리 해약시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계약자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해약을 통한 시장규율이 작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정보 제공을 통한 올바른 보험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시장규율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문제가 생긴 후 해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변액보험,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등으로 인해 판매하는 상품의 복잡성이 높아지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2006년 10월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 수 비중으로 보면 45.0%가 확정기여형(DC), 22.4%가 개인퇴직계좌(IRA)에 가입하여 67.4%가 투자실적에 따라 적립금이 변동되는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이들 가입자 중 상당수는 퇴직시점에서 적립된 재원을 활용하여 연금상품을 구입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장기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보 및 지식은 상당히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금융상품은 특히 복잡하기 때문에 공급자(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고, 일반적으로 공급자가 소비자보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관련 정보, 자문서비스 등 필요한 도움을 적시에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금융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국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반에 불완전판매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경험하였다. 기업연금(personal pension)과 양로형모기지보험(endowment mortgages)과 같은 투자형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Abbey Life, Royal Scottish Life, Royal & Sun Alliance 등 유수의 생명보험회사들이 거액의 손해를 배상하였다.
 
양로형모기지보험의 경우 주가 하락 및 저금리 등으로 인해 만기 시점에서 투자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아 모기지 상환금액을 하회하는 경우 민원 및 소송이 제기되었다.
 
여기서 핵심적인 판단사항은 해당 상품 판매 당시 계약자의 재무상태 및 리스크에 대한 성향 등이 적절히 감안되었는가, 투자 관련 리스크를 설명하였는가, 조기해약에 따른 낮은 투자수익률을 설명하였는가, 투자수익으로 모기지를 완전상환할 수 있다고 보장하였는가 여부 등이었다. 이러한 영국의 사례는 금융회사들이 금융상품에 내재한 리스크를 고려하여 소비자의 선호 및 취향, 니즈에 부합하는 적절한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소비자들이 효과적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데 필요조건인 정보에 대한 공시 및 공시의 강화는 금융기관에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공시확대를 통해 내부통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경우에는 불완전판매와 같은 운영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는 이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금융회사들 스스로가 관련 내부규정과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하며, 정부 및 감독당국에서는 이러한 규정과 시스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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