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현대상선, 위기 탈출 '안간힘'
한진해운·현대상선, 위기 탈출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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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 (사진=각 사)

자산 매각, 사재 출연…유동성 확보 사활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운임하락과 세계 경기 침체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려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최근 신종자본증권 2200억원을 발행하고 이를 대한항공이 전액 인수키로 했다.

한진해운은 확보한 전액을 통해 기존 대한항공 주주 대출금 2200억원을 상환한다. 대출시 제공됐던 런던사옥, 자사주, 상표권 등에 대한 담보도 해지돼 자산매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한진해운은 지난 24일 한진칼에 9050만달러(약 1113억원) 규모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록 상표권을 양도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자산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차입금 상환 만기가 대거 돌아오기 때문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다음달 1952억원, 4·6월 2636억원 등 상반기에만 모두 4500억원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담보가 풀린 자산을 정리하고, 상표권 매각을 통해 약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013년 12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총 2조3532억원의 재무 구조 개선 성과가 있어 이행률 119%를 기록했다"며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과 대출금 상환으로 연결 부채비율이 847%에서 640%로 약 200%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이달 초 현대증권 매각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등이 담긴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내놨다. 특히 그동안 현대증권 매각에 걸림돌 이였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요건이 완화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준가격 이상의 최고 응찰자가 나올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준가격 이하로 응찰되면 기준가격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른 인수 후보자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예상됨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편지에서 "지금 우리는 용선료 삭감, 채무 재조정, 자산매각 등의 자구안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TFT를 구성해 자구안 이행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아온 용선료 인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과 미국 법률사무소 밀스타인 관계자들로 구성된 조정 실무단은 지난 22일부터 선주들과 본격 협상에 돌입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실무단은 유럽을 돌면서 해외 선주들과 협상을 시작한다"며 "밀스타인 소속인 마크 워커 변호사가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자산매각 등 양사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다.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은 "해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해운업황의 회복 전망이 어두운 탓이다. 최근 벌크선운임 지수(BDI)는 지난 4일 300선이 무너진 후 11일에는 역대 최저치인 290까지 떨어졌다.

2008년 5월 BDI가 1만17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역시 2014년 1200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500대에 그치고 있다.

높은 용선료와 하락세인 운임으로 유가하락에도 불구, 해운업체들의 노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갖고 있는 씨앗들을 다 팔고 있는 상황"이라며 "후에 이보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나 금융당국이 기업에게 자구안만 요구해서는 안된다"며 "하나의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시각이 아닌 해운업 전체를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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