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공' 넘겨받은 삼성의 선택은?
금산법 '공' 넘겨받은 삼성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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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재개정' 압박...'갈 길은 험난하고'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법)개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17대 국회의 대표적인 쟁점 법안으로, 1년여 동안이나 재계와 정치권, 그리고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22일 밤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 확정됨으로써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상, 이번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그룹 지배구조개선안'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삼성에만 해당되는 법안이라는 특징이 있다.
 
<>삼성으로부터 시작된 논란 '시작과 끝'
금산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시켜 금융계열사에 맡겨진 고객의 돈이 재벌 마음대로 계열사 지배력 확장에 쓰이는 것을 제한하자는 게 근본 취지이다.
특히, 금산법 24조는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는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초과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이어진 조사에서 삼성카드가 에버랜드의 지분을 초과보유하는 등 10개 금융계열사들의 금산법 위반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금산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금융계열사들은 초과지분 매각 등 법 위반 상태 해소 계획을 보고하고 이행했지만, 삼성만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버텼다.
금산법 24조에는 법 이행을 강제할 시정명령권과 벌칙조항이 없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공론화가 시작됐다.
입법기구인 국회에서는 초과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분 매각을 이행토록 강제하는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여야의 타협 속에 의결권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절충안이 여당안으로 확정됐고, 이에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심상정 민노당 의원과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거세게 반발했고, '삼성맞춤형 법안'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박영선안'에서조차 후퇴함으로써 결국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른 것.
박 의원은 이날 먼저 "오늘 상정된 개정안은 처벌 조항이 없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앞으로 처벌 조항을 새로 만들어 온전한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개정안이 오늘 처리되지 못한다면 그동안 금산법을 준수하기 위해 지분을 정리했던 기업들에는 불이익을 주는 반면, 법을 어기고 있음에도 지분을 정리하지 않고 버티고 있던 기업에는 특혜를 안기게 되는 것"이라는 논리로 법안통과에 협조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박 의원은 "재경위에서 여야가 1년 6개월 동안 토론을 벌이는 등, 천신만고 끝에 본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마치, 성격은 다르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감사 증인채택과정에서 증인채택이 의도대로 되지 않자 심상정 의원이 "증인채택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던 해프닝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된 것. 
박 의원의 입장은 금산법 개정안이 마음에 차는 것은 아니지만, 타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차선책'으로라도 통과시켜야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아리러니라고 해야할 지, 결자해지라고 해야할 지 박영선 의원에 의해 발의된 '초강경법안'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박 의원 자신의 역할에 의해 크게 '후퇴된 법안'이 돼 국회를 통과하게 된 셈이다.

<>박영선의 '힘'?...'불만 가득한' 법안 통과 
문제는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불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일부 의원들이 실효성에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심지어 재개정을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본회의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에 나선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금산법 개정안은 '삼성을 위한 법', '국회가 삼성 앞에 무릎을 꿇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임종인 의원은 금산법 개정안이 "아무런 실익이 없는, 종이가 아까운 법"이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심 의원은 "상정된 개정안이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초과지분 매각을 강제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원안은 물론, 삼성카드의 초과지분은 강제 매각하도록 하고 삼성생명 초과지분은 의결권을 즉시 제한하도록 한 열린우리당의 원안보다도 크게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임, 심 두 의원은 이에 따라 상정된 "개정안은 사실상 아무런 실효성을 갖지 못하게 됐고, 금산법 개정의 의미 자체가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삼성생명 초과지분 해소에 2년이라는 시간을 준 것도 그렇지만, 금산법 자체에 강제규정을 넣지 않고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도록 한 것은 삼성의 비정상적 기업지배에 통로를 열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에 의해 초과지분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했지만, 이미 정부는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의사를 밝혔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금산법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
또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초과지분을 해소하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을 준 것에 대해서도 심 의원은 "5년은 정권이 다 지난 다음인데, 삼성이 금산법을 지키리라고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반문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가 이 법안을 후퇴시켜 사실상 법 자체를 무력화시켰고,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재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삼성맞춤형 법안'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공' 넘겨받은 삼성...쉽지않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
-첫 논평 "국회결정 존중"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삼성 관계자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새로 채택된 법률의 이행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무튼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삼성은 이를 이행해야 하고,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은 사실이다.
-5년내 지분처분 '난감' 
금산법의 개정으로 영향을 받을 부분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4%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6%다.
새 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가운데 20.64%는 즉각 의결권이 제한될뿐만 아니라 5년 이내에 매각하지 않으면 강제처분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삼성은 5년 내에 초과지분을 처분하는 문제에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
삼성측은 "배당 가능성도 없는 비상장 주식을 출자총액제한 등 내부거래 규제까지 피해가면서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3.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4.8%), 삼성중공업(3.4%), 호텔신라(7.3%), 에스원(5.3%)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소(小)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이 업체의 개인최대주주(지분율 25.1%)인 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는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지적해 왔다.
-삼성전자 적대적 M&A 노출
한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역시 강제 매각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의결권이 제한되면 이 회장과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배권이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물산(4.02%), 삼성화재(1.26%), 이건희 회장(1.86%)과 부인 홍라희 여사(0.74%), 장남 재용씨(0.57%) 등 계열사 및 이 회장 일가 개인지분 등을 모두 합한 우호 지분이 13.93%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금도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경영권방어가 취약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투기자본이 삼성전자에 대한 M&A를 시도할 가능성은 상존하며 현재의 삼성전자 지분구조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 제약이 많은 M&A 관련 제도를 감안할 때 이를 막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 일가가 사재를 들여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 다른 '시간싸움'?
하지만 시가총액이 약 100조원인 이 업체의 주식 1%만 매입한다고 해도 1조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또한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초과보유 지분 문제는 정부의 대기업정책, 시민단체 등의 지배구조 개선압력 등 외부요인뿐만 아니라 삼성의 경영권 승계구도와도 맞물려 있어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결국 삼성그룹은 2-5년의 유예기간이 있는만큼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차기 정권의 대기업 정책방향과 여론의 흐름을 살피면서 최적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은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입법까지 1년이상의 시간을, 그리고 법안 내용상의 유예기간 5년까지를 합치면 이미 6년여의 시간을 번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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