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發 금리담합 의혹에 은행권 '비상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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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절차 준비…법적공방 비화 조짐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은행권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로 인해 연일 비상사태다. 실제 담합으로 확정될 경우 수천억원대 과징금 폭탄은 물론이고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될 분위기다.

◆은행권 소명 준비…내달 전원회의서 결론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SC)에 CD금리 담합 관련 심사보고서를 보고서를 보낸 이후, 은행들도 법무법인과 함께 소명 절차 준비에 들어갔다. 심사보고서를 받은 은행은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SC 등 6개사다.

아직 최종 제재 결론이 난 게 아닌 만큼 내달 전원회의에서 혐의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재 공정위의 공식 입장도 "법 위반 여부, 과징금액, 심의일정은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는 데 그친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라 구체적인 입장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내달 전원회의 이후 결국 담합이 확정될 경우에는 금융권에 미칠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권의 리니언시와 달리 은행권의 금리 조작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사기죄와 맞물려 잇따른 법적 소송에 휘말릴 소지가 많다.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씨티그룹, HSBC 등 글로벌 은행들이 리보 금리를 조작했다가 10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낸 바 있다. 이미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CD 금리 담합에 따른 부당이익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소비자원이 추산하는 은행의 부당이익은 4조1000억원 규모로, 총 500만명의 대출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소원은 "피해자들을 위해 대규모 소송단을 구성하는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 구제와 배상을 위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은행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즉각 사과하고 응분의 배상 조치를 즉각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합 아니다"…은행권도 소송 불사할 듯

사실 국내 은행권의 금리 담합은 공정위 내에서도 3년 이상 끌고 왔던 남아 있던 난제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잡지 못하고 3년7개월째 조사를 끌어 왔다. 사실상 금융권에서는 '미해결 과제'로 남을 것으로 점쳐졌던 해묵은 사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까지 엮여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섣불리 건드렸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공정위로서도 신중했을 것"이라며 "이번에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을 보면 구체적인 담합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위가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CD금리가 연 3.54~3.55%를 유지했다는 대목이다. 특히 2012년 상반기에 국고채 등 지표 금리가 하락했데도 CD금리는 내려가지 않는 정황이 전형적인 '담합'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은행권은 담합 의혹에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당시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예대율 관리를 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당시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CD를 예대율에서 제외한 채 100%로 유지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CD 발행물량이 수년에 걸쳐 급감했다는 것이다. 자연히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금리수준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도 아직 공정위가 결론을 내린 게 아닌 상황인 만큼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은행이 CD금리 담합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은행권은 공정위가 결국 담합 제재를 내릴 경우 소송까지도 불사할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도저히 담합을 할 수도, 할 이유도 없는 구조인데 어떻게 정황 증거가 나올 수 있겠냐"며 "소명 이후에도 공정위가 담합 혐의를 둔다면 (소송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사가 공정위의 담합 제재에 반기를 들었다가 승소한 사례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 12개 생명보험사가 개인보험상품 적립금의 이자율을 담합해다며 12개사에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생보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패했다.

지난 2012년에는 은행권의 CD금리 담합과 관련해서도 민사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2014년 최종심에서 "은행들이 담합행위를 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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