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왜곡"…'마이너스'에 발목잡힌 중앙은행
"금융시스템 왜곡"…'마이너스'에 발목잡힌 중앙은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대응 대안 대부분 없애"…美 연내 금리인상 난망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 절하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된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4월, 주요20개국(G20) 재정·통화정책 수장들에 던진 크리스튼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경쟁적인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은행 수익성 악화'라는 부작용을 야기하면서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패닉 상황에 빠지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은행(BOJ)와 유럽중앙은행(ECB) 뿐만 아니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달러당 111엔대로 급등했다. 1년 3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의 초강세다. 유로stoxx 지수는 전일대비 3.9% 급락했고 이어진 12일 아시아장에서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5% 가량 급락하면서 14개월 만에 1만5000선이 무너졌다.

시장 불안의 단초는 BOJ가 제공했다. 지난달 말 엔화 약세 유도를 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 2014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하고 있는 유로존 시중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부각되면서 시장 불안이 격화됐다. 실제로 독일 도이치뱅크의 주가는 지난 10일 기준 전년대비 39.72%, 일본 스미모토미쓰이은행은 35.29%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마저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한 여지를 남기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더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연 3~4회로 예정됐던 금리 인상 수순의 유보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11일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의도는 통화 약세를 통한 해외 수요 창출과 내수 부양이었지만,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하고 안전자산이 강세로 전개되는 양상"이라며 "글로벌 통화들의 연계성이 높아진 가운데 완화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는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예단하지 못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중앙은행의 과도한 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금융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수익을 위축시키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위기에 대응할 대안을 대부분 없앴다"고 비판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도 타격을 입게 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12일 아베 신조 총리와 긴급 회동을 갖고 마이너스 금리의 소비·투자 진작 기대를 재확인하며 시장 진화에 나섰다. 아베 총리 측근의 입을 빌어 BOJ가 정례 회의가 개최되는 3월 중순 이전에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16일 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에서 강화되는 금리 인하 압력에도 최근의 금융 불안과 자본유출 압력을 감안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국내 증권·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없이는 금융 시장 불안이 진정되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완중 팀장은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 인상 유보를 넘어 금리 인하를 현실화하는 상황이 온다면 중앙은행으로서의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