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비관론에 취업시장 '꽁꽁'…고용절벽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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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망CSI, 금융위기 이후 '최악'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 모씨(31세·남성)는 4개월 전까지만 해도 단호했던 퇴사 결정에 후회가 밀려오고 있다고 고백했다. 입사 당시 건실한 중견업체였던 그의 전 직장은 2년 새 매출이 30% 가량 추락하면서 정규직·계약직 구분없는 구조조정을 겪었다. 남겨진 전 씨는 동료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말 구분없이 하루 15시간이 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 함께 일하던 부장까지 이력서 작성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지금은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 취업을 꿈꾸고 있지만 경쟁자가 몰려 녹록지 않다는 전언이다. 전 씨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 직장을 나왔는데 첫 구직 때보다 경기가 더 어렵다보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새해 들어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취업 여건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철강·전자 등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연초부터 중국 경기 둔화, 신흥국 경제 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전국 2075개 가구를 조사한 결과 가계의 체감 취업기회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7로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7월(74)이후 6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0보다 크면 가계의 체감 경기가 낙관적임을, 그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 사진=서울파이낸스

특히 40세 미만의 취업전망 지수가 70으로 가장 낮았고, 40대(75)와 50대(78)도 비관적 판단을 유지했다. 60대(82)는 비교적 높았지만 전월대비 10p 급락했고, 지난해 12월(103) 향후 취업전망을 '밝다'고 봤던 70세 이상의 전망 지수도 1월에는 88로 15p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전망CSI에는 통상 경기 판단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1월 들어 부각된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신흥국 불안이 가중되고 금융시장 급등락 하면서 새해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란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주성제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과장은 "최근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가계의 인식이 안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로 편제(1999년)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9%대에 진입한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체감실업률의 경우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취업 자체를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말 50만1000명을 기록했다.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추산하는 실업률에는 잡히지 않는 인구다.

기업 측에서도 올해 정년 연장과 경기 우려를 고려해 올해 신규 채용을 전년보다 줄이겠다는 계획이 우세하다. 지난달 경총이 발표한 '2015년 신규인력 채용 동태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올해 채용을 전년대비 3.4%, 100~299인 중소기업은 6.5% 줄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거나 채용을 마쳤다고 응답한 기업은 59.1%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채용이 없다는 기업은 전년대비 6.6%p 증가한 15.5%에 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삼성그룹 조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고, 조선업체들도 매출이 크게 악화되는 등 대형 선두 기업들의 사정마저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경제가 부진한 데다 중동과 러시아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수출업체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경기가 앞으로 회복된다는 희망이 있어야 고용에 적극 나설 수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금 유출 우려까지 겹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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