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조선업계, 공장 가동 중단 '극약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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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중공업

올해 수주목표 줄줄이 하향…현대重 해양2공장 작업 중단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조선 빅3는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으며, 급기야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제작 공장의 가동 중단까지 선언했다.

25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기준 수주잔량 126척, 824만6000CGT(가치환산톤수)로 세계 1위를 고수했다. 지난해 11월에 비해 2000CGT 늘었다. 하지만 대우조선을 제외하고 다른 국내 조선업체들은 수주잔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수주잔량은 조선소의 '남은 일감'을 뜻한다.

2위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104척, 492만9000CGT로 전월 대비 7만3000CGT 줄어들었고, 삼성중공업은 31만2000CGT 감소한 86척, 472만CGT으로 3위에 위치했다. 4위 현대삼호중공업은 90척, 379만6000CGT로 전월 대비 12만8000CGT 감소했다. 5위는 중국 상해외고교 조선소(75척, 294만3000CGT)였고, 현대미포조선은 125척, 281만1000CGT로 전월보다 3만5000CGT 감소해 6위를 기록했다.

수주잔량 '톱 10'에 중국 조선소 3곳과 일본 2곳이 자리하면서 2만4000CGT 줄은 성동조선해양(60척, 156만8000CGT) 및 전월 대비 큰 변동이 없는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30척, 137만CGT),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55척, 126만8000CGT)는 각각 13위, 18위, 2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조선업체들은 올해 역시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특히 조선 빅3는 지난해 수주 목표 달성률이 50%를 겨우 넘기며 반타작에 그쳤다. 저유가 기조로 인한 수요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올해 수주 목표도 지난해보다 20%가량 낮춰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수주 목표를 167억달러로 설정했다. 지난해 비해 12.6% 줄어든 수치다. 현대중공업 전 사업부문의 목표치도 매출 21조6396억원, 수주 195억달러로 지난해 매출 목표였던 24조3259억원, 수주 229억달러보다 낮다.

대우조선의 경우 올해 수주 목표를 90억∼100억달러 수준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목표인 130억달러와 비교할 때 23% 정도 하향 조정된 셈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목표인 150억달러보다 하향 조정하는 반면 수주액은 지난해(100억달러)보다는 높게 잡을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 빅3가 수주 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올해도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 빅3 대표들 모두 신년사에서 흑자 달성 의지 보였지만 해양플랜트 침체가 지속되는 등 상선과 해양의 동반 하락으로 올해 목표 달성 역시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에 따른 손실 문제가 올해도 불거질 가능성이 큰 데다 전 세계 조선업황이 회복될 조짐도 희박하다"며 "구조조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선 3사의 적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수주 목표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마저도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오는 4월부터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해양2공장의 작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해양2공장에서 조업 중인 물량을 동구 해양1공장으로 옮기고, 해양2공장은 자재나 장비 보관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양2공장은 20만㎡ 규모로 300여명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유식 생산저장 하역설비(FPSO)와 LNG플랜트를 잇따라 제작했지만 추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대형 해양프로젝트를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는 등 결국 일감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수주 물량이 없어 해양2공장의 가동률이 낮은 만큼 1공장에 물량을 모아 처리할 계획"이라며 "추후 물량이 확보되면 재가동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역시 상황은 어렵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규수주 4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 2011~2014년 5년간 기록했던 150억달러에 육박했던 연간 수주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라며 "대우조선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언급된 '흑자전환'이 가능하려면, 현재의 과도한 이자비용 부담이 해소되기 전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도 올해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한진중공업은 지난 15일 채권단의 100% 동의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한진중공업에 약 1300억원의 자금을 우선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업이 어려운 건 이제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수준"이라며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이 나왔지만 장기적인 안목 없이 현재 위기만 돌파하려는 것 같아 아쉽다. 원샷법 역시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선 빅3는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기본급 100%를 설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현대중공업은 상여금 50%와 귀향 지원비 5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대우조선도 상여금 50%와 10만원 상당의 설 선물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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