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에도 체감물가 '高高'…"수입IT·담뱃값 영향"
경기부진에도 체감물가 '高高'…"수입IT·담뱃값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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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동향팀 '물가지수, 경기민감도 분석' 이슈노트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최근 경기와 물가 간 연관성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호전되면 오르고, 부진하면 내리던 물가가 경기와 상관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입품 확대와 정부의 담뱃값 인상 등의 조치로 최근 경기 부진에도 체감 물가가 높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이같은 경기-물가 괴리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박성하·최강욱 과장은 20일 '물가지수 구성항목별 경기민감도 분석' 이슈노트를 내고 "최근 경기와 물가의 괴리 현상은 경기비(非)민감품목의 영향력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며 "경기비민감품목의 가격지수를 합산한 경기비민감지수가 2012년 이후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경기 역행적 움직임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근원물가지수 구성품목 429개에 대한 개별 필립스곡선 모형 추정 결과 경기비민감품목은 전체의 43.9%, 경기민감품목은 56.1%를 차지하고 있다. 비민감품목은 공업제품(40%), 전기·수도 부문이나 공공서비스 등 공공요금 관련 품목(40%), 축산물 및 개인서비스(20%)로 구성됐다. 반면, 경기민감품목은 기타개인서비스(26.5%), 공업제품(23.8%), 집세(18.6%), 외식서비스(18.1%)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 결과 경기비민감지수는 전반적으로 경기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제도적 요인과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비민감품목 중 수입물가의 움직임에 민감한 공업제품과 공공요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2% 내외 수준이던 경기비민감지수는 2012년 이후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경기역행적 움직임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업제품은 글로벌 경쟁심화와 IT제품 품질조정 등으로 경기와 상반되게 움직였고, 공공요금 관련 품목이나 축산물, 개인서비스는 무상급식·보육제도 시행과 정부의 미시적 물가대책, 한우 수급조절 정책 등으로 경기 역행적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 자료=한국은행

박성하 과장은 "경기부진이 심화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수입물가 상승과 담뱃값인상 등의 영향으로 공업제품의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2012~2013년중 근원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던 무상급식 제도는 최근에는 상승폭을 확대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비경기적 요인으로 경기비민감품목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근원물가에 대한 비민감품목 기여율이 2012년 30%에서 2015년 60%까지 확대됐다. 박 과장은 "최근 비경기적 요인이 중첩되면서 이례적인 경기-물가의 괴리를 보였지만 앞으로도 비경기적 요인의 물가 영향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구조 변화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상황에서는 비경기적 요인의 영향력이 위기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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