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해제…정유업계, 수입처 다변화 '청신호'
이란 제재 해제…정유업계, 수입처 다변화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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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오일뱅크

"가격경쟁력 높아질 것"…'단기 효과 제한적' 분석도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국제사회의 대 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지난 17일 해제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원유 수입처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 4위인 이란이 원유 생산량 확대를 공언하면서 호재가 예상된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란 대표는 제재가 해제되면 즉시 일일 생산량을 50만 배럴 증가시키고 1년 내 50만 배럴을 더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이란의 일일 생산량은 지난 2013년 이후 250만~300만 배럴 규모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준에서 1년 내로 최대 일일 400만 배럴까지 증산될 것"이라며 "이는 2012년 서방 제재 이전 생산량으로 회귀해 원유시장 내 점유율 회복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는 이란산 원유 수입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는 곳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다. 제재 전 전체 원유 수입량의 최대 15%를 이란산으로 채웠던 양사는 제재 이후 그 비중을 매년 줄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란제재 해제로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이란산 원유를 스팟 시장에서 구매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 중동, 남미 등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제재 해제는 원유처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며 "당장 수입량을 늘리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에쓰오일은 "판매처 확대 효과를 기대해 볼 수는 있겠지만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지 않는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아람코와의 장기계약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은 2011년 8720만 배럴에서 지난해 4600만 배럴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는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내리면서 한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에 예외조치를 요청, 원유 수입 금지 대신 수입물량을 줄이라는 결과를 얻어 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부터 상황을 주시해왔던 것으로 안다"며 "정유사들이 저유가에 대비해 원유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는 만큼 공급선이 다변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란의 증산여력이 의외로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는 경제제재 해제 후 1주일 안에 50만배럴 증산할 수 있으며, 6개월 뒤에는 경제제재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란이 경제제재 이전의 점유율 회복을 실현하려면 노후화된 유전설비의 유지보수, 외국자본 유입에 대한 국내 강경파들의 반발, 경쟁국들의 집중견제 등 많은 장애물들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경제제재 후 이란 원유 생산량이 곧바로 급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란이 보유한 유전의 상당수는 1979년 혁명 이후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제한된 투자, 10여년 간 지속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 성숙 유전의 원유 회수율 자연감퇴 등으로 생산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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