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이란…국내 건설업계 훈풍 불까
'빗장 풀린' 이란…국내 건설업계 훈풍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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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장규모 496억달러 추정…유가하락은 부담요인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건설사들이 '이란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거 중동 건설 5위 시장으로 군림했던 만큼 현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해외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는 지난 30년간 가해진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했다.

이란은 우선 원유 판매대금 등이 포함된 동결 자산 약 1000억 달러(약 121조원)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란 정부는 자금 대부분을 가스 등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유 정제 시설의 현대화 작업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란은 경제제재 탓에 원유 정제 시설이 낙후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가스, 석유 등 인프라 부문에서 총 600억 달러 이상의 사업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시설 현대화 작업에 나설 경우 국내 주요건설사들이 적지 않은 수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스파 가스전 공사를 비롯해 이란에서만 97건, 총 12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이란 건설 시장의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긴 어렵지만 수출입은행 등의 자료를 토대로 이란 건설시장 규모를 작년 말 기준 461억 달러(약 55조8000억원)로 추정하고 올해는 496억달러(약 60조656억원)로 7.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등이 발표한 계획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석유화학 플랜트와 SOC 등 사회기반시설 부문에서 약 1000억 달러에서 많게는 1850억 달러(약 224조원)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이란 특수를 누리기 위해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 등은 경제제재 해제에도 철수하지 않고 운영해온 테헤란 지사 등을 활용해 수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현재 테헤란 지사에 5명의 직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발주처 동향 등을 살피고 있다. 현대건설도 2000년 이후 테헤란 지사에 직원 없이 사무실만 운영해오다 지난해 12월부터 지사장 포함 국내 직원 2명과 현지인 직원 1명을 현지에 두고 본격적인 정보 탐색에 나섰다.

GS건설은 2014년 초부터 영업 담당 직원을 테헤란 지사로 보낸데 이어 작년 핵협상 타결 이후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테헤란 지사장도 급파했다. 최근엔 항만·병원·도로 등 인프라 시설 수주를 위해 전문 영업 인력도 배치해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우건설, 삼성물산, SK건설 등도 인근 두바이 지사 등을 통해 이란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라크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진행중인 한화건설도 이란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란 진출 건설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책도 곧 마련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안이 조만간 마련되면 인프라·플랜트 위주 시장개척단을 다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개별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계속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란 시장이 열렸다고 당장 수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란은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유가가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는 한동안 재정적인 부담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사우디 등 상당수 중동국가들은 유가급락 등으로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침체된 해외건설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국가 재정이 어렵고 외국기업의 투자도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조원대 시장이 바로 열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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