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방향성 예고로 투기 양산…추가절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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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진에 통화 절하 용인…"中 기업 달러화 차입 유출 가속화"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SDR 바스켓 통화 편입 과정에서 위안화 절하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위안·달러 환율에 대한 시장의 투기 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통화 완화 정책 하에서 쌓여온 중국 기업들의 달러화 차입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추가 위안화 절하 리스크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15일 한국국제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 이 공동 개최한 '위안화 SDR 편입과 국제통화체제' 정책포럼에서 "역사적으로 안정·강세 화폐였던 위안화가 지난해 8월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으로 국제통화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는 '내생변수'화 됐다"며 "실효환율을 기준으로한 환율 운영으로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고 움직임도 예측가능하게 바뀌면서 투기적 거래 여지가 커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위안화 환율지표(CFETS 위안화 지수) 발표 당시 중국 당국은 위안화 실효환율이 11월 30일 기준 연초대비 2.93% 절상된 상태라고 발표했고, 이후 현재까지 위안화는 3% 내외로 절하됐다. 이에 대해 그는 "중국 당국의 발표를 시장이 일종의 참고치로 받아들였으며, 인민은행도 상응하는 평가 절하를 용인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당초 중국의 시장 환율 반영은 국제통화기금(IMF)의 SDR 바스켓 통화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됐으나, 이후 단기적인 경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위안화는 과거 20년 간 70% 이상, 지난 2년간에는 20% 이상 절상해왔다"며 "위안화가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았고 임금 상승과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 직접투자 매력이 감소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당국이 내심 위안화 평가 저하를 유도해 단기적인 문제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위안화 평가 절하는 안정적이고 높은 가치를 요건으로 하는 통화 국제화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환율 전쟁의 수단으로 쓸 것이냐 통화 경쟁에 목표를 둘 것이냐의 정책적 선택에서 환율 전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의 달러화 차입이 위안화 절하와 함께 비용 부담을 높이면서 달러화 유출(가치 상승)·위안화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국의 환율 방향성을 감지한 시장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면서 당초 의도보다 위안화가 급격하게 절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중국 기업들의 달러화 차입 부담과 자본 유출이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위안화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것은 위안화의 절하 움직임을 예견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중국의 강한 자본통제로 유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있지만, 역외 기업들이 조달해 온 대규모의 달러화 자금이 위안화 절하에 따른 부채 부담 확대로 이어져 앞으로도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왕윤종 경영경제연구소 박사는 "미국의 금리 인상폭은 올해 1%p 수준으로 천천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이에 앞서 미국과 주요국들이 오랜 기간 양적 완화를 진행했고 중국 기업들도 역외에서 달러화 차입을 대규모로 했다"며 "중국 국유기업들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 등 기업 채널을 통한 자본유출이 대규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대외 부문에서는 경직적인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얕아 향후 위안화 흐름은 자본유출에 따른 추가 절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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