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대 금융 '충당금 폭탄' 피했다
지난해 4대 금융 '충당금 폭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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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추정치 6조107억원…전년比 6.7% 증가
신한금융 '2조 클럽' 무난…우리銀 나홀로 감소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4대 금융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국책은행으로 쏠린데다, 주택시장 활성화로 대출이 늘어나면서 핵심이익률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하나금융·KB금융·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의 순이익(지배주주귀속 기준) 추정치는 6조107억원으로 나타났다. 2014년 5조6335억원의 순익을 올린 데 비하면 6.7%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비교해봐도 전년 4044억원에서 115.5% 급증한 8714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우선 신한금융은 지난해에도 순익 1위를 기록해 '2조 클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익 추정치는 2조29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순익(3373억원)도 전년에 비해 7.7% 늘어날 전망이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의 4분기 핵심영업지표는 양호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 대비 1~2bps하락해 안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고, 대출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4.0%(기업 2.0%, 가계 6.0%) 성장한 데다 충당금도 2550억원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기업구조조정 관련 대손비용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STX조선해양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추가 충당금이 약 400억원 내외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에 1000억원 가량이 퇴직 비용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은 신한금융에 이어 두번째로 실적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조6349억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 동기대비 16.7%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4분기 순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39.26% 상승한 2827억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최근 진행 중인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로, 최종 순익은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12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12월에도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최 연구원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성장에 힘입어 4분기 2.0%의 대출성장이 추정된다"며 "4분기 부실채권 매각손과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따른 충당금 불확실성이 있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분기 은행 통합을 마친 하나금융은 전년 동기대비 16.40% 상승한 1조915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4분기 순익 추정치는 953억원으로, 85.77% 급증세를 보일 전망이다.

반면 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익은 가장 낮은 9883억원으로, 금융사 4곳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재작년 1조2140억원의 순익을 올려 흑자전환했지만, 최근 컨센선스상으로는 여기서 18.6%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대기업 수시평가관련 충당금 증가와 연말 계절적 요인에 따른 추가 충당금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나, STX조선해양 추가 지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추가 충당금 10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STX조선해양에 대한 반대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우리은행의 조선업종 리스크는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시중은행들이 떠안을 충당금 폭탄이 적지 않아,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굵직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은 최소한의 부담만 지는 쪽을 택했고, 대부분의 유동성 지원 계획은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중순에 발표됐던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결과에서 금융감독원이 예상했던 금융권의 충당금 추가적립예상액은 약 4500억원이었다"며 "그런데 은행(지주)들의 부담액을 합산하면 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200억원 내외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와 관련해 "시중은행에는 충당금 부담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대기업 여신의 경우 특수은행으로의 쏠림 정도가 중소기업여신에 비해 매우 심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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