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의 적자는 私기업의 적자보다 더 큰 죄악이다"
"사기업의 적자는주주의 부담이 되지만 국책은행의 적자는 궁극적으로 국민세금으로 전가되기때문이다"
김종창 전 기업은행장이 최근 자신이 행장으로 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룬『Great Bank-전 기업은행장 김종창의 기분 좋은 변화경영이야기(매일경제신문사刊)』라는 제목의 저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개인 기업의 경영진이 적자를 내면 주주의 부담으로 가지만 국책은행의 적자는 대주주인 정부에 부담이 되고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국가 예산, 즉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행장은 재무부 국민생활국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오랜 관료생활을 거친 후 2001년부터 2년8개월간 기업은행장으로 금융현장에서 뛰었으며, 그후 금융통화위원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김 전행장은 "국책은행은 상업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공공성을 달성할 수 없다"면서 "기업은행의 경우 내부경영 혁신을 통해 코스트를 줄이고 경영효율을 높여 수익이 많이 나야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여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목적에 충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임중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카드대란과 관련 금융기관들이 "벌 떼인지 소 떼인지 모르지만 떼를 지어 갔다"면서 "금융기관은 신용을 팔고 사는데 신용을 팔 때 사는 사람의 신용을 확인하지않고 떼를 지어 따라가느라 원칙과 기본을 잊어버렸던 것"이라고 후회섞인 회고를 했다.
특히, 김 전행장은 "지금도 부끄럽고 안타까운 것은 나 역시 그 대열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라며 "기업은행의 경우 부실 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데 다소 위안을 삼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군집행동에 동참했고 평소 그렇게도 강조하던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던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김 전행장의 저서는 관료로서, 또 금융계 원로로서 정책과 시장간의 관계속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담인 동시에 양심적 고백이라는 점에서 금융인들이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는 평가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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