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 호황' 정유업계…"안심하긴 이르다"
'低유가 호황' 정유업계…"안심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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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쓰오일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지난해 정유업계는 저유가에 따른 이례적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유가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불안한 호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올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안정에 중점을 둔 투자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역시 저유가에 따른 석유제품의 수요증가가 예상되지만 공급과잉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 전망이 우세하지만 추가적 유가하락의 하방압력 요인이 동시에 존재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및 미국 금리 인상, 이란의 수출제재 해제, 미국의 원유수출 재개 등 추가적 유가하락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유업계는 저유가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높은 정제마진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롤러코스터 같은 유가 변동이 없다면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석유제품의 국내 생산량이 전년대비 약 8.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경제 저성장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증가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거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제설비를 확충하고, 고도화설비 투자 확대에 따라 고부가가치 제품에서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엔저 지속으로 일본으로의 수술 정체도 우려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및 일본 등 경쟁국 및 미국의 공급량 확대로 큰 폭의 수출량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중, 대일 수출 감소를 대체할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등으로의 수출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실적이 회복됐어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저유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급락한 국제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유가 불확실성에 대비해 수출국 다변화 및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의 생산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에 나섰다. 특히 값싼 원료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고도화설비는 정제하고 남은 벙커C유를 원료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정유 설비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의 변동성이 커진 탓에 고수익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설비개조를 통해 36%였던 고도화비율을 39.1%로 끌어올렸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은 SK이노베이션(23.7%), 에쓰오일(22.1%), GS칼텍스(34.9%)를 뛰어넘어 업계 1위다. 에쓰오일은 2018년까지 4조7890억원을 투자해 정유 석유화학 복합설비인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건설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고도화 설비와 공정개선 등에 약 3조6200억원을 투자한 바 있으며, 최근 정철길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원유수입 물량을 줄이고 고도화설비를 늘린 체질 개선을 성공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GS칼텍스 역시 1995년 완공된 제1고도화설비를 시작으로 총 4개의 고도화 시설에 5조8500억원을 투자, 중질유분해시설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공정 시설개선은 신규 설비투자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생산 능력을 키우고 원료의 유연성과 열효율을 확대하는 장점이 있다"며 "원유 도입선 다변화, 운영 및 재고관리 효율화 등 사업 전반의 질적 고도화를 통한 비용구조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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