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3채 값이 120억원, 국민소득은 '제로성장'.
같은 날 발표된 우리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두 가지 극단적 수치들이다.
우선,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06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물가 등을 감안한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전기 대비 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성장세(1.1%). 이 두가지 숫자간의 함수관계는 결국 우리나라 경제의 덩어리는 커지고 있지만, 국민소득은 한 푼도 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 같은 날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3분기 부동산 실거래 통계를 보면 이 기간중 13만4000가구의 아파트가 거래됐고, 그 중 가장 비싼 3채의 거래가격의 합산이 120억원이라고 한다.
'영광스런' 1위자리는 삼성동 아이파크 88평형(43층)이 차지했는데, 거래가격이 무려 44억원. 그 다음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69평형(65층)이 42억8000만원, 그리고 서초동 트라움하우스2 90평형(6층)이 35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 두가지 모두 우리 경제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다.
한 가지는 거시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경제의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때문에, 두 가지 숫자를 곧바로 연결시켜 어떤 '관계논리'를 끄집어 내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경제상식만 갖춘 사람이라면 이 두 가지 지표간에는 분명 뭔가 부조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집값 폭등, 종부세 논란, 그리고 경제 양극화로 대변되는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 심화등 우리 경제현안들간의 관계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지표임에는 틀림없다.
3채의 집값 120억원!
만약, 거래내역에 펜트하우스라도 한 채 끼어 있었다면 그 금액은 120억을 훨씬 넘는 150억원에 달했을 수 도 있다.
그런데, 120억원이라는 돈, 그것도 부가가치 창출과는 전혀 무관한 돈 120억원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결코 만만찮은 금액이다.
쉽게 말해, 이는 웬만한 중소기업의 자산 규모에 맞먹는 돈이다.
아주 작은 기업이나 자영업자를 기준 잣대로 삼을 경우 수십의 종잣돈에 해당된다.
단 한 평의 땅도 물리적으로 공유하지 않은 공중에 뜬 돈 수십, 수백억원이 오가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누가 애써 기업을 일구고 키우려 할 것인가.
이 순간, 한편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너 나없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현재의 빈부 격차, 그로 인한 위화감만이 문제라면 어떻게 치유책을 강구해 볼 법도 한데.
문제는 성장동력의 상실이다. 이대로 라면, 소득은 물론 언제가는 우리 경제의 '덩어리'(GDP) 자체도 성장을 멈추지 않겠는가. 그 것이 더 큰 문제다.
김참 기자 charm79@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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