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4社4色' 해외시장 공략…내년 격전 예고
시중은행 '4社4色' 해외시장 공략…내년 격전 예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네트워크 100개 확충"…신한 印尼 등 3개국 현지화
KEB하나 中·印尼 합작투자…KB국민 지점 신설 '태세전환'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은행권의 해외진출 성과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4개 시중은행이 올해만 100개 이상의 해외 네트워크(영업망)을 확충했고, 내년에도 캄보디아, 인도, 필리핀 등 상대적 고금리 시장인 동남아 지역 중심의 진출 계획이 빼곡하다. 보수적인 각국의 규제망을 피하기 위해 현지 은행 인수부터 저축은행, 할부금융, 모바일뱅킹 시장 진출, 현지 금융권과의 합작 투자까지 우회 진출을 위한 전략 경쟁도 치열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올해 추가로 개설한 해외 현지법인·영업점·출장소·사무소 등의 네트워크는 104개에 달한다. 현재 4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영업망 493개 중 21%가 최근 1년새 설립된 셈이다.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을 인수하면서 올해에만 70개 해외 영업망을 늘려 1년 새 2배 수준인 140개로 확대했다. 인도네시아 BME(19개)와 CNB(41개) 지점을 흡수한 영향이다. 이외에도 베트남 현지법인(신한베트남은행)의 지점 4개를 포함해 신한크메르은행(캄보디아)과 신한중국, SBJ은행(일본) 점포를 각각 확충했고, 필리핀 마닐라와 UAE 현지 지점도 신설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중국 상해에 1개 지점을 신설해 총 19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진출 국가가 가장 다양한 KEB하나은행은 올해 16개 지점을 늘리면서 총 24개국에 126개 영업망을 확보하게 됐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PT KEB HANA Indonesia)에서만 8개 지점을 새로 열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17개 영업점을 추가 개설하면서 국내 은행권 최초로 200개가 넘는 해외 네트워크(총 201개)를 확보했다. 올해에는 인도네시아 9곳과 중국 3개, 캄보디아 3개, 미국과 미얀마에 각각 1개씩 늘렸다.

특히 내년부터는 은행권의 해외 진출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소극적 진출 행보에 그쳤던 KB국민은행이 태세 전환에 나선 가운데 우리은행은 내년에만 영업망을 100개 가량 확대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밝혔다. 신한은행은 내년에만 3개 국가에서의 현지법인 시설이 가시화됐고, KEB하나은행도 중국, 인도네시아에 설립된 옛 외환은행과의 합병법인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본격화 할 계획이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민영화 달성이 시급한 우리은행은 베트남과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내년에만 100개 가량 확충할 계획이다. 인수합병(M&A) 방식을 기본으로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 등 비은행업을 통한 시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시장 환경이 성숙해질 경우 은행업으로 전환하도록 바탕을 다지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이달 초 필리핀 저축은행 인수와 카드사업 병행 진출이 그 예다. 지난 9월 모바일전문은행인 위비뱅크 캄보디아를 통해 동남아 모바일 대출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베트남 시장에도 출범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인수를 완료한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두곳을 합병해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을 내년중 출범한다. 호주와 멕시코에서의 법인 및 지점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글로벌통'으로 분류되는 조용병 행장의 지휘 하에 향후에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장에서는 현지 은행 인수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베트남·인도·캄보디아 등을 중심으로 형성한 아시아금융벨트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달 초 베트남에 동시 출범한 모바일전문은행 '써니뱅크'를 통해 현지 컨텐츠 서비스를 접목한 '핀텐츠' 전략을 실험하고 여타 국가에도 확대한다.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진출했던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의 법인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고, 중국계 대형은행·투자회사와의 전략적 제휴 추진과 인도네시아 현지인·SME(중소기업) 고객 유치 등 영업 기반을 적극적으로 확장한다. 인도네시아 멀티파이낸스 합작투자(JV) 설립과 중국국제리스 지분참여를 통한 리스업 시장 진출, 동유럽·러시아 자동차할부금융업 가능성 검토도 진행 중이다. 중국 서부내륙지역의 소액대출 시장과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의 마이크로파이낸스(MFI)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인수했던 카자흐스탄 현지 은행 BCC의 대규모 적자 충격으로 소극적인 해외 진출 행보를 보여온 KB국민은행도 태세 전환에 나선다. BCC 손실규모를 상당부분 털어낸 만큼 내부적으로 수립해왔던 10년 중장기 글로벌 전략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런던 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고 사무소가 있는 인도의 신도시 구르가온과 베트남 하노이에 지점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콩 현지법인의 지점전환을 통해 외화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하고 투융자업무를 활성화해 아시아 CIB 허브를 육성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의 출현으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융 결제 수단이 다양화됐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파이는 한정돼 있다"며 "포화 상태의 시장과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의 수익 창출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거쳐 진행해 온 작업들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양적 진출이 크게 늘어난 만큼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도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