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매서운 '감원 한파'…작년 2배 넘을 듯
은행권 매서운 '감원 한파'…작년 2배 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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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퇴직 규모 3600명 추산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기자] 은행권에 감원 한파가 거세다. 해를 거듭할수록 인사적체와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면서, 예년보다 짐을 싸는 은행원들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부터 연말까지 이어진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가 지난해(1576명)의 2배를 훌쩍 넘어선 36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폭으로 인원을 감축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에 5년만에 희망퇴직 실시해 총 1121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간 KB국민은행 저생산성의 원인으로 꼽혔던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깨기 위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었다. 한국SC은행도 본사 주도의 비용 감축 정책에 발맞춰 이달 15일 전체 직원의 20%에 육박하는 961명의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40세 이상 10년 근속 직원이 대상이 됐다.

내년 임금피크제의 시행을 앞뒀거나 대상 연령을 낮춘 은행들도 예년보다 희망퇴직 신청 규모가 늘었다.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NH농협은행은 이달 초 만 56~57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신청자 344명은 오는 31일자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IBK기업은행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개시 연령을 55세에서 57세로 늦추는 대신 희망퇴직을 받지 않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올 상반기에는 100여명, 하반기에는 188명의 직원이 짐을 싸게 됐다. 반쪽짜리 임금을 받고 회사에 남는 것보다 특별퇴직금을 받고 퇴사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신한은행도 전년(150여명)의 두배에 달하는 311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지난 1월 단행했다. 특히 올해에는 부지점장급 뿐만 아니라 1969년 이전 출생자인 4급 차·과장, 1975년 이전 출생자 5급 대리까지 신청 기준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직지원(희망퇴직)을 신청 받아 총 240여명이 은행을 떠났다. 상반기에는 320명 임금피크 대상자 중 130명이, 하반기에는 110여명이 퇴직 절차를 밟았다.

KEB하나은행도 이달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KEB하나은행이 임금피크제 적용이 되지 않는 일반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통합은행을 출범시키기 전에 이미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퇴직 규모는 옛 하나은행이 69명, 옛 외환은행이 165명으로, 주로 임금피크제를 앞둔 대상자들이었다. 이번에는 희망퇴직의 대상이 당시보다 넓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 규모가 적지 않은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퇴직 신청 대상은 관리자(부·팀장) 전원, 책임자급(과·차장) 만 43세 이상, 행원급 만 40세 이상이다. 

다만 이같은 KEB하나은행의 결정을 두고 노조에서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에 대한 노사 합의는 단체협약에도 명시된 부분인데도 사측이 지키지 않았다"며 "아예 합의를 시도하지도 않고 졸속적으로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EB하나은행 측은 노조와 합의를 거쳐 희망퇴직을 공지했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에도 희망퇴직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우선 광주은행은 지난 7월 만 33세 이상, 10년 이상 재직중인 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10명)보다 8배 이상 많은 88명이 자리를 떠났다.

대구은행은 이달 말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BNK금융그룹 산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마무리했다. 경남은행은 오는 30일 관련 내용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부산은행은 87명 내외의 인원이 내년 1월 1일부로 퇴직한다. 전년(48명)보다 40명 가량 많은 숫자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자체는 매년 은행들이 실시하는 부분이라 특별할 게 없지만, 올해 그 규모가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저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점을 줄이고 인력을 조정하는 것이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에 다소 부정적인 은행원들의 인식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직원은 "올해 자격 요건이 넓어지면서 희망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불안한 업황과 이번에 주어진 혜택을 생각하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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