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업계, 후판가격 인하폭 놓고 '줄다리기'
철강-조선업계, 후판가격 인하폭 놓고 '줄다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업계 20% 인하 요구…중국산 저가 공세에 철강업계 '이중고'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국내 철강업체와 조선업체 간의 후판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특히 철강업체들은 후판 가격 하락세와 중국 철강재 공급과잉에 조선사들의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은 지난 9월부터 조선업체들과 4분기 가격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사들은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철강업체들은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후판은 배 건조 시 사용되는 소재로, 배 한척을 건조할 때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15%다. 초대형 유조선 기준으로는 약 3만5000톤의 후판이 사용된다.

현재 조선사들은 톤당 20% 수준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셋째 주 후판의 톤당 국내 유통가격은 5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4% 떨어졌다. 중국산 후판 수출가격은 47.7% 하락한 263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가격이 싼 중국산 후판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 국내 수입산 후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총 157만2000톤으로 전체 후판 수입량(232만톤)의 68%에 달한다.

조선사들의 저가 중국산 후판 제품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업체와의 입장차가 팽팽한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가격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조선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하지만 철강업체들의 상황이 어려워 요구를 수용하기까지는 당분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철광석·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철강업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원자재 철광석의 중국 텐진항 도착 가격은 톤당 39.43달러로 올해 1월 70달러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마진이 높아져 철강업체들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최근 과잉공급으로 인한 제품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그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하락은 조선업계 등 수요 산업에서 철강제품 가격 하락 구실로도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철강업체들이 후판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지난 8월 포항 2후판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으며 매각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 역시 후판보다는 초고장력 강판에 집중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가 확산되면서 조선업 불황이 내년에도 지속돼 후판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다"며 "반면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는 수입이 늘어나 철강업체들의 후판사업 축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조선사들의 후판가격 인하 요구가 증가하면 후판 부문의 수익성 회복은 크게 제약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