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현 CJ 회장의 '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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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오너 기업인의 '실형 선고'에 경영시계가 사실상 멈춰버린 기업이 있다. 이재현 회장의 장기 공석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CJ그룹 얘기다.

지난 15일 이재현 회장은 신경근육계 유전병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최종 선고받았다. 그룹 측은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에 기대를 걸었으나 결국 원치 않는 비보를 접해야 했다.

판결 이후 그룹 측도 '참담' '막막'이라는 단어로 심경을 대신했다.

사실 대기업 오너들의 실형 선고는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대규모 경제사범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CJ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빈자리가 유독 커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이 회장이 지난 2013년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CJ는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공동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손 회장은 대외업무에 집중할 뿐, 중대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 등도 사실상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손경식 회장을 비롯해 이채욱 CJ그룹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등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때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 동부산테마파크 등 CJ그룹이 수년동안 추진해 온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가 하면 올초 CJ대한통운이 해외진출을 위해 추진했던 APL로지스틱스 인수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1인 중심 기업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오너 부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이 회장이 이미 1995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해 온 문화사업에도 급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오는 2020년까지 CJ그룹은 '글로벌 톱10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지만, 이 회장의 복귀가 힘들어지면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쯤되니 이 회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복귀에만 목을 메고 있는 그룹 내부 분위기에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회장의 장기공석에 따른 조직 피로감이 갈수록 심화될 조짐이라는 것이다.

물론 경영 공백과 불안한 경제여건을 이유로 기업 오너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행태는 더이상 용납돼서는 안되지만, 이 회장의 심각한 건강상태와 여타 기업인들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CJ그룹 역시 '막막하고 참담함'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 회장의 장기 공석을 대비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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