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원자재 약세…신흥국 위기전이 가능성
[美 금리인상] 원자재 약세…신흥국 위기전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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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 회수 시 자본유출 위험 가중"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전조 단계부터 불안 조짐을 보인 신흥국가들의 위기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이 추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선진국 자금 이탈이 신흥국 실물·재정·금융 부문의 불안 요인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정 여력이 악화된 신흥국 국부펀드가 자금 회수로 돌아설 경우에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함께 우리 경제의 가격변수까지 크게 출렁이는 '위기 전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상품 거래소(NYMEX)에서 결정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35달러에 마감됐다. 북해산 브렌트 유가는 38.45달러에 그쳤다. 중동산 두바이 원유는 배럴당 33.82달러에 거래됐다. 배럴당 110달러 수준이던 지난해 하반기 대비 70% 이상 급락한 수치이자,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이에 IMF(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원자재 수출국의 조세수입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8%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국가가 재정적으로 가장 취약하고,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의 건전성 악화가 뚜렷한 것으로 지적됐다.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통화가치는 최대 절반 가량 급락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48.8% 절하됐고, 브라질은 42.7%, 카자흐스탄 40.4%, 콜롬비아도 40.3%씩 각각 내렸다. 남아공(-26.4%)과 말레이시아(-24.6%), 인도네시아(-14.2%) 통화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투자자금 이탈과 통화가치 하락은 신흥국 기업의 채무부담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 통화 뿐만 아니라 외화채권 발행을 크게 늘린 데다 역외에서 조달한 자금이 적지 않은 신흥국 기업들이 환율 급등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거 그는 "향후 금리 인상기에는 기업부문의 외환 취약성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 금리 인상 이슈와 별개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자극되면서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여타 신흥국과의 차별화가 희석되면서 부정적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산유국들이 경기 부양과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국부펀드의 본격적인 회수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전세계 국부펀드 중 58% 수준인 4조2000억달러를 에너지 수출국이 차지하고 있다.

박미정 금융연구원 박사는 "원자재 가격의 약세 지속은 G2리스크로 취약성이 높아진 신흥국 전반의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내년에는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크게 증대되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국부펀드 규모도 감소할 수 있어 오일머니 회수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신흥국 위기 가능성을 미 금리 인상으로 촉발될 수 있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취약 신흥국의 금융·경제 불안이 신흥국 위기로 확산될 경우 발생할 파급효과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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