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량제 '1日 천하'...진실은?
대출총량제 '1日 천하'...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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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슬그머니 방향 선회...은행, 20일부터 주택대출 재개
부작용-책임문제등 부담느낀 듯...정책 신뢰 또 한번 '먹칠' 
 
집 값문제가 아무리 다급하고 난해하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금융정책을 통한 '시장다루기'가 수준이하라는 비판을 면키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이 주택총량제를 시행한지 하루만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림으로써 시장의 혼란과 함께 정책의 신뢰에 또 한번 먹칠을 자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시행 자체가 없었으니 '규제해제'라는 용어도 부적절하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금융소비자가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라는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행에 들어갔던 주택담보대출 총량제가 사실상 해제돼 이번주 첫 영업일인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전면 재개된다.

이로써, 시행했니 않했니 말썽많던 '주택담보대출 총량제'는 영업일 기준으로 '1일천하'로 끝나게 됐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에 대한 정책을 갑자기 바꾸고 나선 것은 창구혼란등 부작용과 함께, 차후에 뒤따를 수도 있는 관치금융 논란등 책임문제를 우려한 때문으로 보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현행법상 대출총량제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만이 취할 수 있는 일종의 특단의 조치인데, 이것이 창구지도 형식으로 취해질 경우 월권문제등 후일 시비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 수준에서 유야무야함으로써 실행하지도, 그렇다고 안하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입장을 취하는게, 모양새가 우습긴 하지만 이런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상책이라고 판단한 것같다는 지적이다. 
 
결국, 시작부터가 보이지 않는 손, 이른바 '창구지도'라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총량제는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제도로 남을 수도 있게 됐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무소신, 행정편의가 시장의 혼란은 물론 은행등 금융회사 종사자들의 업무 혼선, 간접적인 비용발생등 돌이킬 수 없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 점이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또 한번의 정책 신뢰 훼손이 지목된다.
정부의 초강경조치로 움찔했었을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그리고 앞으로 이들의 정책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할지는 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래저래, 금융당국이 악수에 이어 자충수까지 둔 꼴이 되고 말았다는 비아냥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무튼, 감독당국이 제시한 대출한도 초과로 지난 16일 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정상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이들 은행들은 이미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국 영업점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투기성 수요가 명백하거나 상환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고객을 제외히고는 주택담보대출을 정상적으로 취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평소 주택담보대출 취급 기준에 준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영업 정상화로 볼 수있다.
신한은행도 '신규 주택대출 취급 전면 중단'에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대출을 재개한다'로 원칙을 바꿨다.

신한은행은 다만 대출 심사권을 당분간 본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명백한 투기성 수요로 돈이 나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밖에 우리, 하나, 농협, 기업등 나머지 은행들도 주초부터 정상적으로 주택대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들 은행들 역시 투기 혐의가 명백한 소비자는 제외한다는 전제하에서 대출을 재개한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대출 승인을 마치고도 금감원의 총량규제로 기표가 보류됐던 대출들에 대해서는 원래대로 대출을 집행할 방침이다. 신규대출을 실시하는 마당에 이는 당연한 조치로 풀이된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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