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경제학, 그리고 프리드먼
믿음의 경제학, 그리고 프리드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용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스개 소리지만, 과거 어느 전직대통령이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만사가 꽝이라는 식'의 말을 자주 하곤했다. 당시 그 말이 다소 무지한 표현처럼 들렸었다. 그러나, 남의 머리를 빌리겠다는 말 속에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에 그 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다소 희석됐던 기억이 난다.  
성경도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히브리서를 보면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라고 설파하고 있다. 이 대목이 종교를 이성적으로 접근하려는 신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한 몫하고 있을 정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믿음은 가치있는 덕목중 으뜸으로 통한다. 사회적 현상에서도 믿음의 중요성은 결코 덜 하지 않다. 

그런데 요즘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정책에 대한 믿음의 실종이 모든 상황을 엉클어 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때문에서다.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경제현상의 속성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최근 도마에 오른 몇몇 주요 경제정책들을 한 번 보자.
재계, 시민단체, 정부등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얽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출자총액한도제만하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다. 정부부처간 의견 조율이상의 갈등양상이다.
온 나라를 벌집 쑤셔놓은 듯한 부동산 정책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무엇보다 즉흥적이고 일관성이 없다. 오늘 이렇게 한다고 했다가 내일은 다시 이를 번복하기가 다반사다. 하루 건너 한 번씩 정책이 나온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그 이튿날이면  비웃기라도 하듯 집 값은 다시 오르기를 반복했다.

비단, 경제정책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탄생 초기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은 기대했다.기존의 보스정치와는 다른 소수파 정권이기에 적어도 인사문제에서는 '원칙'이 존중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또한 헛된 기대였음이 분명해졌다. 정권을 1년여 남긴 현 시점에서 낙하산 인사논란은 과거 여느 정권이나 큰 차이가 없다.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이 정상이라고. 경제정책은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견을 조율하고 수렴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걸 이상하게 보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과거 독재정권 시절, 몇몇 힘있는 정부부처나 고위인사가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던 것이 옳았단 말이냐고 고함칠 수도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부분적 수긍은 수긍이되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정책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다. 정책은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현상을 진단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이론일 뿐이다.
어떤 정책이 '경제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입안에서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이 시스템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타이밍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기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의 정책들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앞서 지적했듯이 시장이 웅변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현재 긍정적 '믿음'대신 "정부정책과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식의 부정적 '믿음'으로 가득차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믿음의 실종상태라면 백약이 무효다. 

최근 경제정책과 관련 16일 작고한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우리에게 또 다른 측면에서 강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는 정책과 시장과의 함수관계를 기존의 학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 주목받은 인물이다.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가변적이고,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적응현상 때문에 의도된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변화시켜 본래의 '균형점'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는 게 그의 경제이론의 핵심중 하나다.

집 값잡기에 실패를 거듭한 정부가 은행창구를 틀어 막는 초고강도 정책을 꺼내 들었다.금융정책수단으로는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다. 그리고, 일단 시장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집 값이 수그러 들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뒤따르고 있으니 말이다. 천만 다행이다.

그런데, 여전히 가시지 않는 궁금증은 남아 있다.
"집 값 문제와 관련 프리드먼이 언급한 우리사회의 '균형점'은 과연 어디일까?"

이양우 기자 sun@seoulfn.com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뭐야 2006-11-21 00:00:00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