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과 금융, 그리고 통계
집 값과 금융, 그리고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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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고분양가로 재점화된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란에 재경부 수장이 나서서 공급확대 정책으로 대처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일단 정책의 굵은 가닥은 잡은 듯하다.

정부가 정색하고 금융수단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은행들도 일단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어떤 내부적 필요에 의해서든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그리 하고도 금융은 여전히 예비수단으로 초기진화가 안될 경우 언제든 추가적 조치로 쓰일 것에 대비해야 할 숙명을 지니고 있다.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은 IMF가 참견하고 나섰듯 정말 우리나라의 주택공급량이 그토록 모자라냐는 것이다. 이제까지 정부 통계로는 전체 물량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고 단지 지역간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IMF는 한국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고 그 이유는 공급량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했다. 재경부 수장 역시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주택수요를 감안하지 못했다며 공급부족을 시인했다.
하긴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통계가 사회 문화적 트렌드를 제때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부 통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습관적인 조사 데이터들이 지금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널려있다.

실상 아파트 공급부족의 원인 가운데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실수요 증가 못지않은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예전,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에야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내 집 한 칸 지니면 그것으로 족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양에 못지않게 질도 중요해졌다. 아파트가격이 폭등한다고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 덩달아 값이 오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어놓고 남아도는 경우도 발생한다.

양과 질의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 아무리 제대로 지어졌어도 아파트 같은 기대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전세라면 몰라도 매매대상으로는 매력이 없다. 본격적인 부동산 임대업을 하려는 경우가 아니고는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질 않다. 오랫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대어 재테크를 해온 우리 사회의 보편적 경험을 무시할 사람은 없다. 설혹 있다 해도 그건 매우 희귀한 경우에 속한다.

그렇다보니 모든 수요는 아파트로만 몰린다. 당연히 주택공급율을 계산할 때 그런 소비자 수요를 감안하고 봐야 한다. 아파트 공급량이 실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아무리 전체 주택공급량이 늘어도 과열 투기 양상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지금 투기 과열은 아파트, 그것도 제대로 시설 갖춰진 아파트에 국한된 것이지 전체 주택을 향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런 수요 특성을 감안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이제까지의 관성적 주택정책을 바닥부터 다시 뒤집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시장에만 맡겨두면 실은 꽤 편하다.

그런데 10수년 전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그렇게 시장이 알아서 공급을 확대하던 끝에 발생했다. 당장의 수요를 보며 너나없이 공급 확대에 나서다보니 공급과잉이 적시에 통제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붕괴. 10년간의 장기불황을 겪으며 그 공급물량들도 다 소화될 상황이 되어서야 일본경제는 재도약을 시작했다.

공급물량의 적정성을 알아보려면 뭐니뭐니해도 실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그건 정부만 알아서 할 일도 아니고 금융기관들 역시 나름대로의 수요·공급량의 적정성에 대한 감시를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주택금융을 주택 자체 통계에 기초하지 않고 당장의 자금수요만 바라보고 달려가다가는 합심해서 버블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크게 보면 글로벌시대요 작게 보면 지방자치시대에 정부 정책은 갈수록 각종 압력에 힘이 부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더 민간부문 스스로의 방어 운전 능력이 긴요하다. 자유화는 곧 자기 책임의 확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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