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은행원을 모셔라!"
외국계은행, "은행원을 모셔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이 은행원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물론 여기서 은행과 은행원이 소속은 각각 다르다. A은행이 B은행의 은행원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얼핏 이해가 안되는 이런 현상이 최근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B은행 본점앞 출근시간대. 은행원이 대출 홍보용 전단지를 들고 은행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은행원들에게 대출을 권유하는 경우를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단지에는 '은행원을 위한 신용대출, 최고 6000만원까지'라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적혀있다. 영업대상이 은행원일 뿐이다.
 
"동일업종간엔 엄연히 상도의라는게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물론 이를 보는 시각은 대체로 곱지 않다. 만약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은행의 부하 직원, 즉 은행원들이 고객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장이나 임원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행원들은 자기가 소속된 은행으로부터도 낮은 금리로 큰 돈을 대출 받을 수있다고 하던데...". 은행업종에 대해 잘 모르는 보통사람이라면 상도의는 둘째치고 이런 의문부터 갖을 만도 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외국계은행들에겐 국내은행들의 은행원이 아주 매력적인 고객이 될 수도 있다.
금감원 규정은 은행원이 소속은행으로 부터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를 2천만원으로 묶어 놓고 있다. 제도적 장치가 이같은 틈새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업성과는 어떨까?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은행은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HSBC등등. 이중 일례로 HSBC(홍콩상하이)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은행원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인 '뱅커스론'을 출시했고, 지난 8월까지 500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상품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실적이다. 금리도 낮은 편이 아니다. HSBC의 경우 최저가 6.8%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뜸되면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히트상품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만한 성적이다.
고객인 국내은행원들은 주로 대출한도가 바닥나서 소속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은행원이라고 모두가 돈을 빌리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생활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돈을 빌려쓰는 것은 당연지사. 수요공급원칙이 적용되는 시장원리의 산물인 셈이다.

결국, 이같은 사실 알고 나면 '그릇된 상혼' 또는 '지나친 것 아니냐' 싶던 생각은 많이 누그러 들게 된다. 그 자리는 '참으로 대단한 상술이다'는 생각이 대신 차지하게 된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