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건설업 '회계절벽'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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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발표

▲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 (자료=금융위)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당국이 장부상 이익이 일시에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는 '회계절벽'을 차단한다. 이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조선·건설업을 중심으로 회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수주산업 기업들은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최소화하고, 투입원가율 관련 회계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시해야 한다는 게 이번 방안의 골자다. 또 금융당국은 수주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핵심감사제'를 도입해 회계 부정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날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금융위 1층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그간 업계는 회계기준을 지키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의 불황과 저유가의 여파로 수주업계 손실이 현실화되고 그 결과에 대한 편차가 크게 발생했다"며 "진행기준에 따른 회계처리를 하려는 회사에 대해 추정의 합리성을 스스로 제시하거나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산업의 경우 판매기준을 적용하는 제조업과 달리 공사 진행률에 따른 '진행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는데, 장기간 공사에 적용되는 이 기준은 회계추정의 변경이 올바르게 이뤄지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대다수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적용하는 '투입원가율(투입법)' 관련 회계처리 정보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적정성을 감사받도록 할 방침이다.

대상기업은 투입법에 의한 진행기준을 적용하는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으로, 매출액 대비 5% 이상 수주계약을 실행하면 대상범위에 들어간다. 공시 범위는 사업장별 공사진행률, 미청구공사, 충당금 등이다. 여기에 총예정원가를 분기 단위로 재평가하고 변동내역을 재무제표 주석사항에 공시해 투자자에게 잠재 리스크 정보를 제공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그간 거래 관행에 따라 수익에 선반영해왔던 공사계약금액 변경과 관련해서도 엄격하게 판단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발주자가 공사변경을 명시적으로 지시하고, 해당 금액을 구속력있는 계약과 문건을 통해 신뢰성있게 확인해준 경우에만 변경된 계약금액을 인식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공사원가를 과도하게 산정하지 않도록 공사와 무관한 원가를 공사진행률 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또 미청구공사대금의 경우 회수가능성을 분기별로 재평가하고, 회수가능성 평가금액을 충당금으로 주석에 공시해야 한다. 미청구공사의 회수가능성을 과대평가했다가 나중에 회수하지 못해 일시에 손상을 인식할 경우 대규모 회계절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입법을 사용하는 수주산업 회사를 대상으로 '핵심감사제'도 도입된다. 김 위원은 "수주산업은 여러 회계기간에 걸쳐 손익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추정의 개입이 많아 보다 적극적인 회계감사가 필요하다"며 "외부감사인이 중요 회계처리 사항에 대해 핵심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회사와 투자자에게 상세히 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다수의 감사위원회는 외부감사에 대한 감독역할도 제한적이고 명확한 책임없이 운영된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앞으로는 감사위원회가 외부감사인을 직접 선임하도록 역할을 강화한다. 대신 회계부정이 발생하면 감사위원회에 대한 실질적 책임이 부과된다. 공인회계사만이 감사 과정에 참여하면 전문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측정 오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외부전문가 활용 내역을 기재하는 보완책도 마련한다.

금융당국의 감독체계도 효율적으로 개선된다. 우선 내년 테마 감리 주제를 수주산업관련 회계 이슈로 선정하고, 테마 감리 비중을 기존 30%에서 50%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금감원은 회계신뢰성이 낮은 기업의 경우 심사 감리 대상으로 선정할 확률을 높일 계획이다. 회계의혹이 발생한 기업이 감사인 지정신청 제도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의혹을 해소할 경우에는 감리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상한은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린다.

또한 회계감독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비상장법인에 대한 감리는 위탁감리위로 일원화하고, 금감원의 감리역량을 상장법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만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는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비상장법인은 금감원이 직접 감리에 나설 방침이다. 신속한 감리 진행을 위해 금감원 내에 회계의혹 전담조직을 신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회계부정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분식을 저지른 회사의 과징금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유사원인 행위에 대해 1건의 과징금만 부과했다면, 앞으로는 위반행위별로 과징금을 부과해 금전제재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공시종류가 다를 경우 각각의 행위로 취급하고, 공시종류가 같더라도 제출시기가 다르면 다른 공시행위로 취급해 개별합산한다.

특히 금융위는 비상장법인에 대해서도 분식회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외감법상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또 회계분식을 방치한 법인 대표이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고 감사 보수의 3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외부감사-내부감사-지배구조'의 재정립을 위해 '감사위원회 운영모범사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개선방안을 조속히 시행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제도 보완을 최대한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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