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이터 무제한'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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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진형기자]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이동통신사들의 교묘한 꼼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LTE(4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라고 광고를 하면서 데이터를 일정량 이상 사용하면 통신 속도를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지난 4월 KT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차례대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놨다. 기본적으로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제공하며, 데이터 통화 월 기본 제공량에 따라 요금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통 3사가 부가세 포함 6만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 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광고를 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온전한' 무제한 요금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요금제는 월 6GB 가량의 데이터 통화를 제공하고 이를 소진할 시 하루 2GB를 추가 제공하지만, 이후에는 3~5Mbps로 통신 속도를 제한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3Mbps를 3Mbyte/s와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384Kbyte/s 수준으로 3G 통신 속도보다 느리다. 미래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4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3G 통신의 최고 속도는 5.5Mbps로 이보다 빠르다.

이동통신사들은 속도 제한이 있지만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3Mbps 속도로 동영상 시청 시 끊김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무제한만 믿고 '테더링' 기능을 이용해 다른 기기에서 휴대전화 데이터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 휴대전화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사용할 때 소모되는 데이터량은 하루 2GB로 감당할 수도 있지만, 노트북과 같은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서핑, 게임, 다운로드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2GB가 순식간에 바닥날 수 있다.

데이터 통신 속도 제한이 모든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위한 조치라는 이통사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분명 제한된 주파수폭 내에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할 경우,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일부 고객들 때문에 다른 고객들이 받는 서비스의 질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허위·과장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이를 용인할 경우 나아가 데이터 사용량이 지금보다 더 급증하는 5G 시대에서도 지금과 같은 반쪽짜리 무제한 요금제가 안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5G는 LTE보다 수십배 빠른 최대 20Gbps(2.5Gbyte/s) 통신 속도를 지원할 전망이며, 홀로그램과 가상현실(VR) 등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특화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들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오는 2020년 5G가 상용화되기 전까지인 향후 5년간 속도제한 없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진정한 세계 최고 수준의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통신 속도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를 누리는 소비자 후생까지 담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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