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中 리스크"…韓 금리인하 회의론 '팽배'
"美보다 中 리스크"…韓 금리인하 회의론 '팽배'
  • 이은선 고은빛 기자
  • ees@seoulfn.com
  • 승인 2015.09.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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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고은빛기자]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수순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논의가 전개됐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미 금리 인상과 중국발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위기 전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지만, 실물 경기를 우려한 추가 금리 인하 여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오히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겨 미국과의 금리 인상 시점을 좁힐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됐다.

◇美 금리인상發 위기 가능성 적어…中 경제 전망 '분분'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21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응한 한국의 금리 및 환율 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미 연준(Fed)이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을 거듭했고, 내년 이후의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올 12월에는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그 자체만으로 보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1996년 당시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적자 수준,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에는 0.4% 흑자였으나, 지난해에는 6.3%로 외환 수급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과도할 정도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시장의 유출입은 있더라도 외환수급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IMF 당시와 동일시해 위기감을 지나치게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박사가 지난 1995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한국, 체코, 이스라엘, 필리핀, 폴란드, 태국 등 상대적으로 견조한 8개 신흥시장국의 미국 금리 1% 인상 충격의 효과를 추정한 결과, 채권 투자 유출은 1% 수준, 주식투자 유출은 0.5% 이하로 나타났다. 주가 하락폭은 5% 이하로 추정했고, 환율도 제한적인 약세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 경제 우려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이준협 실장은 "중국 경제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용인하면서도 구조조정을 이루는 과정에 있다"며 "성장률이 둔화된 측면은 존재하지만 잠재성장률이 6.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가 원자재 수출국 중심의 외환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에 곧바로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박대근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실물 경기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금융보다는 실물 부문에 있는 만큼 수출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발 경기 우려가 얼마나 클 것인가는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국제금융시장 투자자들도 우리나라가 중국과 밀접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취약해지면 여타 원자재 수출국과 함께 자본이 크게 유출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부진에 따라 한국 증시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도 "주가수익률과 원화절상률을 합친 평가수익률이 70~80% 정도 되면 외국인의 자본유출이 발생해왔다"며 "중국리스크에 따른 우리나라 주식 하락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미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절상 리스크가 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경제에서는 현재 주택시장과 제조업시장에서 재고문제가 있어 기업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며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리스크 노출도가 12.9%인 만큼 다른나라 대비 비교적 대외취약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韓 기준금리, 상당 기간 현 수준 유지해야"…인하 회의론

대외 변수에 따른 경제전망의 낙관 정도와는 상관 없이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으로 인상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경기 우려에 따른 추가적 완화 정책은 가계 및 기업 부채에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종규 위원은 "미국 금리 동결로 국내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여력이 있다는 전망이 해외 IB(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채권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 관계에 의한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올린 뒤 국내 기준금리가 바로 따라 올라가지 않더라도 시장 금리가 올라갈 것을 고려하면 금리의 상승 국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 금리 인상 시 가계부채 문제와 자영업자 부채가 자연히 터질 수밖에 없어"며 "금리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대내 경제 충격을 우려해 상당기간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내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으로 인상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준협 실장은 "외환건전성이 양호하고 급격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냐"며 "성장률이 좋지 않고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은 만큼 굳이 기준금리를 선행적으로 올릴 필요도 없어 현 금리 수준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중국 및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 상승을 어느정도는 용인하는 현재 정책 기조를 반영할 때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어렵다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자제하면서 대외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리를 인상함으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압박해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의 금리정책을 살펴보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1년5개월 후 우리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그 사이 자산버블이 발생했다"며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금리을 지나치게 낮추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버블을 덜 생기게 하기 위해선 금리인상 시기를 1년5개월 보다 줄여야한다"며 "경기 경착륙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 회복세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 차원의 협조가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태준 교수는 "글로벌 경제 불안에 따른 해외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해서는 기관 투자 자금을 해외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상수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이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점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일형 원장은 "미국 금리 인상 후에도 금리 정책의 변화를 단행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 및 성장 전략 한계에 도달한 현 경제구조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정근 교수도 급격한 자본유출을 방지하면서 내수회복, 구조개혁 등 미시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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