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환율전쟁 서막…韓·美 통화정책 변수되나
중국發 환율전쟁 서막…韓·美 통화정책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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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임박에 따른 긴축 경계감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점화되면서 각국의 통화정책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 역시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 조치로 인한 대중 수출 타격과 원화 동반 절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의 양면성, 미국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국내 증시 이탈 움직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부진에 '위안화 쇼크'…"韓 경제에 단기악재"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전일대비 1.62% 올린 달러당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전일 1.86% 상승 조정에 이은 추가 조치로,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지난 2012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됐다.

9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금융시장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크게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이틀간 27.6원 가량 폭등해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코스피 지수는 5개월 만에 1170선으로 추락했다. 중국발 환율전쟁 우려와 함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이를 의식한듯 최경환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는 수출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중국의 수출 증가는 중간재가 대부분인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위안화 절하와 함께 원화도 하락하면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은 품목들은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수출과 함께 경제가 호전된다면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가 당장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창선 위원은 "위안화 절하의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합하거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품목 및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경기와 함께 중국 경기 둔화로 우리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위안화 절하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더 첨예화하는 요인"이라며 "엔화와 위안화 모두 가격 및 품질 경쟁이 가능한 상황에서 국내 실물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위축된 중국인 관광객 유치 난항으로 이어져 내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동진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의 환율 절하 정책이 국내 수출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하는 반면, 관광업계 회복 부진은 더 즉각적으로 나타나 내수 회복이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 그래픽 = 서울파이낸스

◇ 美 금리인상 예정대로?…韓 환율전쟁 참여 '부담'

위안화 절하는 만성적인 대중 무역적자에 놓여있는 미국 수출 경기에도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9월로 예상되고 있는 미국 금리 인상이 급격한 달러화 추가 강세에 대한 부담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 일부 위원은 미 정부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수순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중국 경제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 대비 달러화가 크게 강세를 나타내면서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연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미루는 결정이 실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사상 초유의 완화 정책 이후 지표가 호전되고 있고 경기가 순환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이 늦춰진다면 오히려 경기가 재차 둔화돼 인상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중국발 변수에 고심하겠지만, 당장 통화정책의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선 위원은 "그간 금통위에서 환율에 대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낮추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일 연구원도 "금리를 정한다고 해서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리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부연했다.

김진성 실장은 "금통위 결정에는 국내 경기 상황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부가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이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내 경기가 크게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완화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변동성이 큰 변수가 미국, 중국 쪽에 달려있는 만큼 외부적인 환경이 표면화되고 난 뒤에야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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