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행복주택 지정 해제 여파…잠실·공릉은?
목동 행복주택 지정 해제 여파…잠실·공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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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국토교통부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정부가 지난달 양천구 목동 행복주택 지구지정 해제 결정을 내리면서 그 파장이 다른 시범사업지구로 번지고 있다. 목동과 함께 사업 진척이 없던 송파·잠실지구의 지구지정 해제 요청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미 사업계획 승인이 난 노원구 공릉지구까지 지구지정 취소를 국토교통부에 요구키로 한 것이다.

10일 노원구청 관계자는 "목동지구의 사업 철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역시 시범지구로 지정된 공릉지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며 "주민 다수가 서명을 받는 등 행복주택 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이달 중으로 국토부에 지구지정 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릉지구는 목동과 함께 2013년 말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됐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다 건립 가구 수를 200가구에서 100가구로 줄이고 건물 동 수 역시 2동에서 1동으로 줄이는 등의 절충안을 마련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구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주민과의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에는 지구계획변경, 주택사업승인 절차까지 완료했다.

그러나 이번에 목동지구에 대한 해제 결정이 내려지면서 주민들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공릉지구 비대위와 일부 주민들은 오는 18일 세종시에 있는 국토부를 항의 방문해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할 계획이다.

황규돈 공릉지구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국토부는 정부의 국책사업이 주민 요구로 취소되는 일은 없다면서 이 곳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했는데, 목동의 지구지정을 해제해주는 것은 지나친 편파 행정"이라며 "국토부가 이 곳 공릉 주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주민총회를 열어 행복주택 사업 반대 수위를 높여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국토부가 사업을 계속할 경우 물리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노원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은 정부가 부자동네와 서민동네를 차별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감정이 격앙돼 있고 구청도 같은 입장"이라며 "조만간 지구지정 해제 요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역시 이르면 이달 중으로 잠실·송파지구의 지구지정 해제를 국토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탄천 유수지(송파지구)에 600가구, 잠실 유수지(잠실지구)에 750가구의 행복주택을 각각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 협의가 중단됐다.

송파구 관계자는 "지구지정 해제를 요청하기로 내부 논의가 끝났고 신청 방법과 절차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해제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잠실·송파지구의 경우 지구지정 해제 요청이 올 경우 협의를 거쳐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협의가 끝나 사업승인까지 난 공릉지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을 토대로 연내 착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 관할 유수지에 지정됐던 목동이나 잠실·송파와 달리 공릉지구는 국가 보유 토지인 철도 폐선부지에 짓는 것인데다 규모도 작아 지자체가 사업 추진을 반대할 타당한 사유가 없다"며 "이미 협의가 끝나 지구계획과 사업승인까지 난 사업장을 철회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주택사업은 철도 부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땅에 정부가 임대주택을 지어 시중 주택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이번 정부의 국책사업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 등이 그 대상이다.

지난해 주택사업승인 물량(37곳, 2만6000가구)을 포함해 현재 총 6만4000가구(107곳)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지역 주민들과 해당 지자체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사업이 정체되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행복주택이 건설될 유수지의 안전성과 교통 혼잡 문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주 지역 내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공원을 짓기로 결정한 유수지를 정부가 아무런 협의 없이 행복주택지구로 지정한 것을 감안할 때 애초에 지구지정방식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여기에 주민들 입장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기피시설로 보고 주변 집값 하락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주민들과 지자체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행복주택사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지역 지자체나 주민에게 도시재생사업 지원을 약속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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