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상장사, '화장품·바이오' 업종 외도…毒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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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화장품·바이오 등 100% 이상 급등
"IT 부진으로 새로운 먹거리 찾기" 분석도

[서울파이낸스 이호정기자] #. 골판지 제조업체인 산성앨엔에스는 지난 2011년 마스크팩 부문으로 성공을 거뒀던 리더스코스메틱을 인수했다. 이후 리더스 마스크팩의 히트로 산성앨앤에스의 매출은 기존 730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64.3%나 급증했다. 주가 역시 지난해 7월17일 기준 1만1300원에서 최근 1년 사이 9만3200원으로 9배가량 상승하면서 여전히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화장품을 비롯한 바이오와 헬스케어가 급등세를 타면서 이들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상장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그간 국내 증시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종목들이 최근 실적 부진으로 성장판이 닫힌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상장사들이 이들 사업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들이 주로 분포된 코스닥 기술성장기업부 지수는 최근 1년 사이 124.5%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화장품업종지수도 지난해 7월17일에서 이날까지 평균 112.16%나 상승했다.

이들 바이오·헬스케어 그리고 화장품 지수들이 독보적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들 업종에 눈을 돌리는 국내 상장회사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재난안전망ㆍ패션유통사업을 영위하는 리노스는 지난달 25일 마유크림으로 유명한 B&B코리아에 출자하며 화장품 유통 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결성한 8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에 20억원을 출자키로 한 것이다. 이번 출자를 통해 B&B코리아와 화장품 개발과 기존 유통사업과 같이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B&B코리아에 출자하면서 화장품 유통 시장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해 기존 패션유통사업과 함께 성장성을 유지해나갈 계획"이라며 "상장사들도 기존 사업만 고집하지 말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서 변화하는 산업군에 잘 대처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학렌즈 제조업체인 디지탈옵틱도 최근 헬스케어시장 진출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것으로 전해젔다. 지난 3일 디지탈옵틱은 천연물 신소재 개발과 건강기능식품제조 전문기업 함박재바이오팜 주식 14만7900주를 200억원에 취득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휴대폰 부품 및 LED조명 전문기업 파인테크닉스는 지난 6일 사업다각화 목표로 관계사인 에프엠에스 주식34만909주를 15억원에 현금 취득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파인테크닉스는 휴대폰 제조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탈스탬핑(프레스공정) 방식을 통해 고급화된 화장품 용기 제조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연성회로기판(FPCB) 부문 자동화장비업체인 세호로보트도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개최를 통해 의약품 연구 개발 및 건강보조식품 제조와 의류 및 화장품 개발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세호로보트의 주가는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게임 서비스 업체 네오아레나는 의료약품 사업을 선택했다. 회사 측은 "의료약품의 판매업과 의료약품의 판매대행 등 광고사업, 의료약품의 유통업 및 물류관리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간 국내 증시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종목들이 최근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과 중국 경쟁업체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국내 상장사들이 화장품·바이오·헬스케어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존 사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시키면서 대규모의 영업손실을 본 기업들의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대한전선은 2005년부터 전선업 호황이 지속돼 막대한 자금이 쌓이자, 이를 바탕으로 의류·레저·통신·건설·분야 등 이곳 저곳 사업을 확장시켰다. 기존 전선 제조업과 동떨어진 미국 신약개발업체를 인수하고 골프장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손을 댔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 2009년부터 54년 동안 이어온 흑자신화를 지켜내지 못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스몰캠 팀장은 "요즘 실적이 부진하고 성장 모맨텀이 적은 기업들이 이들 업종으로 많이 진출하는 것 같다"며 "특히, IT가 전체적으로 실적이 부진하고 성장 모맨텀이 최근 들어 떨어지고 있어서 이들 종목으로 방향을 잡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화장품·바이오·헬스케어 주가가 좋으니까 업체들이 신사업으로 확장하는 현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신사업에 진출 시 얼마나 실적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이들 인기 업종들이 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시 차별화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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