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 통합 '청신호'…연내 매듭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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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중단 가처분 기각…노사 대화 의지
금융위 "인가 절차에서 노사합의 고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법원이 하나금융지주에 내렸던 '은행 조기통합 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이 뒤집어졌다. 지난 3월 하나금융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다시 합병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빠르면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 "은행업황 악화…가처분 원결정 취소"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2월24일 내린 가처분 원결정을 취소하고, 노조 측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금부터 합병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더라도 실제로 합병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2·17 합의서는 가능한 5년 동안 외환은행을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도록 하는 취지로 보이고, 5년 동안 합병을 위한 논의나 준비작업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까지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미 (2·17 합의를 맺은지) 3년4개월 이상의 기간이 경과했고, 합병 자체가 실질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은 5년이 모두 지난 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재판부의 판단에는 지난 2월 가처분 결정 당시에 비해 전반적인 은행산업 업황이 악화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가처분 원결정 이후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5%로 낮아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까운 장래에 예측하지 못한 급격한 금융환경의 변화가 발생했는데도 합의서 구속력을 그대로 인정하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한국은행은 지난 3월에 이어 또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으며, 지난 1분기 국내 은행들의 NIM은 1.6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2분기 NIM은 1분기 대비 많게는 0.05%p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경우 HSBC가 최대 5만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국내에서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업황 부진에 따른 결과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사측이 외환은행 노조에 제안한 합의안을 살펴본 결과 외환은행 직원들의 지위와 근무조건, 복리후생 등 중요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당한 배려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결국 가처분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외환은행 노조 측이 현저한 손해를 입거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노사·금융당국, '합의'에 초점

이번 가처분 취소 결정으로 그간 협상에서 다소 불리한 입장에 속했던 사측 경영진은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다만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해 당장 금융위에 인가 신청을 하는 등의 절차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 모두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기본 입장은 동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노조 측에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을 전격적으로 제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라며 "조기통합을 다시 추진하면서도 양행 경영진은 기존 입장과 변함없이 노조와의 대화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일 가처분 소송 담당 법원에 관련 서류 제출 마감 시일을 하루 앞두고 '2·17 합의서 수정안'을 처음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몇 차례의 대화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졌지만 협의가 눈에 띄게 진척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은 아무래도 법원 결정이 임박했던 상황이라 대화 내용에 큰 변화는 없었다"며 "수정안에 제시한 핵심 내용을 보장해준면 '5년 독립경영'을 고수하지 않고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도 사측에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 단계인만큼 구체적인 수정안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외환은행의 경쟁력을 확고히 보장해준다는 믿음을 주는 내용"이라며 "사측이 진정승을 갖고 대화를 풀어갈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은 노사 합의과정을 중점적으로 볼 계획이다. 물론 법원의 이번 결정 취지와 외환은행 경영상황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하나지주의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노사 양측의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하나금융의) 예비인가 신청이 있는 경우 현행법상 요건을 갖춘 신청을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이를 접수할 것"이라며 "다만 인가절차 진행과정에서 노사간 합의문제를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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