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많고 탈 많은 IC단말기 전환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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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카드사들이 영세가맹점 단말기 교체를 위해 출연한 기금 1000억원을 집행할 IC(집적회로)단말기 전환 사업자로 한국스마트카드와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가 선정됐다. 하지만 선정 결과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선정 기준의 불투명성이다. 밴(VAN)업계는 밴사업자 선정 기준에 대해 인프라의 안정성과 설치가 가능한지, 그리고 밴수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누가 보더라도 당연시 되는 기준인데도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업체가 적어낸 밴수수료를 우선 평가해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여러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법인 단체인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가 소상공인연합회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지난 10일 여신금융협회에 "1000억원의 기금을 받지 않고 무료로 IC단말기 교체를 진행할 테니 입찰을 중단해 달라"로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가 선정될 경우 공정거래위반혐의로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놨다.

사실 IC단말기 전환 사업은 이전부터 순탄치 않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월 신용카드 3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태의 여파로 본격화 됐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존 MS(마그네틱)단말기를 보안성이 높은 IC단말기로 전환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

이후 출연금을 놓고 카드사간 갈등이 겨우 봉합되는가 싶더니, 이후에는 1000억원의 기금이 과세대상이라는 국세청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면세 적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카드업계에 핀테크(FinTech) 바람이 불면서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의 포함 여부를 놓고 앱카드 진영(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NH농협카드)과 유심카드 진영(하나·BC카드)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사업추진이 번번이 중단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여신협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신협회는 이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카드사들을 완전히 배제해 '깜깜이 선정'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신협회가 IC단말기 전환 사업 준비부터 실행까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집행을 해야 하는데, 계속된 문제와 불협화음을 무마시키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 측은 추가협상대상자를 포함한 세부사항을 이달 말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적지 않은 기금이 출연된 사업인 만큼, 이제라도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그간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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