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이광구 행장의 '영선반보(領先半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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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위비뱅크 출범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오히려 강한 맞바람이 도움이 된다. 지금의 맞바람은 우리가 한발 도약하는데 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남들보다 반 걸음 앞선 영선반보(領先半步)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네 차례의 민영화 무산과 행장 내정 과정에서 불거진 외풍 논란 속에서 밝힌 취임 각오다.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행장은 특유의 앞선 추진력을 바탕으로 맞바람을 정면돌파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은행권 최초로 지난달 26일 출범한 우리은행의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는 출범 한달 만에 신용대출 실적 약 3000건, 금액 기준으로는 100억원을 달성했다. 모바일 전문은행에 이름 붙여진 '위비(爲飛)'는 '빠르게 도움을 주다'는 의미로 이광구 행장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담아냈다.

위비뱅크 출범을 두고 경쟁 은행에서는 "위비 뱅크와 같은 모바일 전문은행은 다른 은행에서도 충분히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세부안 발표를 앞두고 눈치보는 사이 우리은행에 선수를 뺏겼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오는 9월 결정될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사업자 선정에 따라 시장 선점 여부가 갈리겠지만, 모바일 전문은행에서만 판매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만으로도 우리은행은 독자적인 성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행장의 반보 앞서가는 경영 스타일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그는 우리은행 한새농구단에 각별한 관심을 쏟으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농구단의 경기 스타일을 벤치마킹한 영업 방향을 제시했다. 상반기에만 연간 목표의 70%를 달성하는 내용의 '선제 영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쿼터에 기선제압을 한 뒤 2~3쿼터에 확실히 기반을 다져 4쿼터에는 다음해를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 행장 방식의 '농구경영'"이라고 소개했다.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한 계열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른 금융사와의 협업 관계 구축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행장의 의지가 컸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삼성증권과 금융복합센터를 개설한 데 이어 키움투자자산운용, 현대캐피탈과의 전략적 업무제휴를 통한 연계영업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복합점포 설립의 경우 시일을 갖고 조율 중에 있었지만 상반기 내 개점하자는 양사 CEO들의 의지가 강해 개점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했다"며 "(이 행장이) 창구를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다른 금융사들과의 업무 제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임기 내 과제로 공표한 민영화 달성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해외 투자자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 11명의 사표를 정기 임원인사 일정인 12월로 연장해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당국의 민영화 추진 의지도 뚜렷하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행장의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4차례의 민영화 좌절로 힘이 빠진 직원들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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