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권 IT 프로젝트의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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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수사가 마침내 IT업계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검찰이 외환은행에 대해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 외환은행의 IT 사업부는 물론 LG CNS 등 납품업체 1~2곳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검찰은 현재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비자금이 어떠한 경로에 의해 어떻게 쓰여졌는지 조사중이라고 한다.
 
분위기로 봐서는 이 비자금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연결돼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무튼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 IT담당자들과 IT 업체들은 지금 바늘 방석일 수밖에 없을 것같다.
자칫 수사가 금융권 IT사업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떳떳한 경우가 더 많겠지만. 

모두가 외환은행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외환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깨끗하다는 증거 또한 없지 않은가. 

사실, 금융권에는 IT업체들과의 유착관계, 로비등에 관해 그동안 뒷말이 많았었다. 공공한 비밀이라고나 할까.

발주자가 금융기관이든 아니든 간에 한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라면 IT업체들은 눈에 불을 켜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한동안 기관들의 IT 투자가 뜸했던 시기를 가까스로 벗어나 대형 프로젝트가 서서히 발주되기 시작한 몇 해전부터 SI업체를 비롯, 각종 솔루션 업체들은 금융권의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불꽃튀는 경쟁을 벌여온게 사실이다. 

이렇듯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그 이면을 웬지 찜찜하게 생각하는 시각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T업체들에게 입찰을 내면, 갖가지 감언이설로 프로젝트를 따내려 한다"며 "경쟁 상대 업체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로비자금을 마련해  '찔러주기'를 시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IT업체들의 로비가 어느 정도이며 꼭 필요하냐는 질문에 한 지인이 "그런 질문이 어디있느냐, 로비가 없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일축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면에서는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돈'을 무기로 한 '로비'는 영업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비단 IT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그리고 선진국에서도 흔히 목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쟁에도, 로비에도, 도를 넘어서는 안 될 어느정도의 묵시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점에 대해 기자는 솔직히 정확히 우리의 현실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심정적으로 정도가 좀 지나친 상태가 아닌가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이번 검찰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IT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즉 공급자든 수요자든 간에 냉정하게 자성의 시간을 한번쯤은 가져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곪아서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버리게 해서는 안되지 않겠나. 
 
남지연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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