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ISS 설득자료' 전격 공개…여론戰 총공세
엘리엇, 'ISS 설득자료' 전격 공개…여론戰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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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에 삼성물산 합병반대 의견서 제출 후 온라인 공개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오는 19일 주주총회 가처분신청 심문기일을 앞두고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엘리엇은 18일 개설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반대' 관련 홈페이지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설득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를 게재했다. 총 27장으로 구성된 문서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특히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동종 업계 기업과 비교해 저평가된 점을 글로벌 투자은행(IB) 분석 자료와 기업 가치를 표기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

엘리엇은 "합병안에서 어떤 실질적인 이익이나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도 찾아볼 수 없다"며 "경영진은 사업 다각화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테마파크, 건설, 패션, 생명보험사 지분 보유 등의 결합이라는 제일모직의 포트폴리오에서 상업적 논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공박했다.

이어 모건스탠리, 크레디스위스, 메릴린치 등도 최근 양사의 합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일모직에 대한 7개 해외IB(JP모간, 모간스탠리, 씨티, CS, 바클레이즈, HSBC, BAML)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10만7000원이지만 현 주가는 16만3500원이라며 35% 가량 고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이 주장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너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엘리엇은 "합병이 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 주주들을 위해 7조8000억원의 장부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라며 "현재 주가를 반영한 합병안은 적절하거나 공정하지 않으며 두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적합한 평가가 기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건설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삼성물산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 이하로 낮은 수준이라는 삼성그룹 측의 반박도 재반박했다.

엘리엇은 지난 5월25일 기준 PBR이 삼성물산 0.64, 현대건설 0.98, GS건설 0.66, 대림건설 0.68로 엇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고 다시 계산하면 삼성물산의 PBR이 -0.06으로 기형적으로 낮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이같은 엘리엇의 적극적 행보에 대해 '예견된 움직임'이라는 반응이다. 엘리엇은 미국 석유업체 헤스(HESS) 공격에 나섰던 지난 2013년 1월에도 자신들의 견해 및 주장이 담긴 홈페이지를 개설, 여론전에 나선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엔 ISS에 제출한 문서를 직접 공개하는 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을 재산정 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저지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엘리엇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제동과 같은) 비슷한 일이 향후 수없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엘리엇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은 19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이번 심문기일에는 엘리엇이 제기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도 함께 다뤄진다. 엘리엇은 자사주 매각이 불법이라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블록딜을 통해 지분 매각이 이뤄지자 의결권 금지 가처분으로 소송을 변경한 바 있다.

별도의 소송은 심문기일을 따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병행심리로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원의 판결은 통상 2~3개월가량 소요되지만 이번 사건은 주총 직전인 다음달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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