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왜 이럴까
우리 지금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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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처음엔 매우 당혹감을 느끼는 듯하다. 러시아가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선언한 현재로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맏형 구실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던 사람들로서는 상해의 분위기에 생소함을 넘어 경악스럽다고까지 말한다.

일부 남아있는 옛 도시의 건축물들보다는 새롭게 들어서는 거대한 고층빌딩들이 도시 분위기를 지배하는 데 거기서 사회주의를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각종 고급 브랜드들이 초대형 백화점과 길거리에 넘쳐나고 세계 어느 도시보다 격렬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장은 차라리 어지러움을 느끼게 한단다. 도시 전체를 통해 어디에서도 사회주의 사회의 냄새를 맡을 수 없더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상해에서 느끼는 충격은 그런 외면적인 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시장에 대한 유연성과 자신감, 활력 등을 보며 우리가 초라하게 느껴지더라는 말도 한다. 서울에서도 강남의 한두 개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을까 싶은 세계적 초고가 브랜드 제품들이 활기차게 소비되는 사회주의 국가는 화석화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한국인들에게 분명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상해를 다녀온 20대 젊은이에게서 들은 상해의 분위기는 어느 면에서 보자면 70년대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소비 수준이나 기업 규모 등에서 보자면 여전히 절약에 목매던 당시의 우리 수준이 현재 상해를 중심으로 한 중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현재 상해가 보여주는 화려함은 우리의 현재를 오히려 앞지르는 듯 보이더라는 인상 평이 많으니까.

그러나 그 도시의 역동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자 발버둥치던 70년대의 우리와 많이 닮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한창 많은 가능성을 지닌 미래를 보며 달리고 있다. 그런 상해를 보고 온 젊은이의 눈에 한국 사회는 이미 노쇠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듯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그처럼 무기력한 한국 사회가 더 암담해 보이더라는 인상 평이 가슴 아프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많은 젊은이들은 기회가 없다고 느낀다. 노력하면 신분 상승도 할 수 있고 사회적 인정을 받을 만큼 성공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려는 젊은이들도 많다.

물론 70년대에도 그런 젊은이들은 결코 적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전망이 없다고, 그래서 이민이라도 가겠다며 보따리 싼 사람들도 많았다. 그 때 기회가 없어서 눌러앉은 사람들과 이민을 떠났던 사람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서로를 견줘보면 떠난 사람이 반드시 나았다고 할 수도 없을 터이지만 어쨌든 그 때 떠난 사람들이 이 땅에서는 꿈을 꿀 수 없다고 박차고 나갔다.

그리 보면 젊은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꼭 사회적으로 손실만도 아니다. 그 때 이 땅을 떠난 사람들이 지금은 세계를 무대로 한 한국 기업들의 비즈니스에 현지 마케팅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곤 한다. 대한민국의 외연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에게 캄캄해 보이는 사회, 앞이 안 보이는 사회, 기회를 발견하고 미래를 꿈꿀 수 없게 하는 사회를 만든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성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말 앞에 놓인 길을 못 찾을 만큼 미래가 캄캄한 사회인가. 아니면 우리 사회에 집단적으로 시력을 잃게 만드는 무언가가 퍼져있는 걸까.

실상 70년대의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았던 점은 달리 없다. 70년대 후반에도 기업들은 생산시설의 한 단계 점프 업을 요구받는 상황이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후퇴하고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데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부진했던 시절이었다. 개개인들의 삶의 질은 지금 다시 그 시대를 살라면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사회 전체는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저마다의 미래를 꿈꿨다. 가진 자들은 투기 판을 휩쓸고 다녀도 서민들은 도박 대신 저축을 하며 제 갈 길을 열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무엇이 부족한가.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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