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지원체계 재검토해야…금융배제 심각"
"서민금융 지원체계 재검토해야…금융배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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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민금융 활성화' 토론회 개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서민의 금융배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공공적 역할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경제연구소, 참여연대, 김기준 국회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민금융 활성화와 서민 과중채무 해결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금융배제'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사실상 제도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배제 계층이 증가하면서 고금리 대부업이 번성하고, 과중채무에 시달리는 계층도 증가했다"며 "정부가 금융배제를 정책적으로 대응한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대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을 통해 적극적인 자금 공급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금융배제 계층은 아직도 큰 규모로 존재하고 있으며, 사금융, 고금리, 불법추심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부업은 오히려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평균 대부금리가 30%를 넘어섰다.  

그는 "정부 대책은 주로 대출 확대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복지지출을 축소하기 위한 구실로 전락했다"며 "금융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투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정책성 서민금융도 민간자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엄밀히 '정책성'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임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설립을 통해 금융배제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정책성 서민 금융상품이 소규모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큰 불편을 느끼는 만큼 서민대출을 통합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재정 투입도 없는 상태에서 지원체계의 개선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구상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은 채무조정 기능까지 통합해 오히려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대규모 기금을 설립하고,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공공적 역할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1980년대 이후의 금융배제 문제가 주류 금융기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에 대한 일정한 규제와 공공적 역할 부여가 필수적이다"라며 "은행에 대해 서민금융 지원을 의무화하면, 은행들은 자회사나 협력사를 통해 지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제안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서민금융진흥원' 신설을 위주로 하는 현재의 정책구상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민금융진흥원과 관련해 "이질적인 여러 기구를 통합한다는 것 이외에 사실상 아무런 실질적 내용이 없다"며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법안이 통과되기만 한다면 그 외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모든 수정제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민금융진흥원 설립방안은) 약간의 수정을 거쳐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폐기가 필요하다"며 "금융위의 핵심 의도는 자신들을 위한 조직 신설로, 금융위와 금감원 퇴직자들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이 공급되고 있지만 서민의 생활 개선은 요원하다"며 "특혜적 금융지원 방식에 집중되고 있으며, 상환능력을 초월하는 금융지원은 연체와 지급불능, 무자비한 채권추심으로 연결돼 서민생활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금융의 지원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금융기관, 서민금융 인프라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의사결정은 금융기관이, 지원은 중앙정부가, 대서민 서비스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 교수는 서민의 금융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서민 지원형 무이윤 금융기관', 한국형 '서민지원 및 지역재투자법' 등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의 유통구조에 관한 규율을 신규 도입하고, 채무자를 대표하는 채무재조정 지원 단체에 대한 지원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통합도산법상 개인도산절차를 채무자 우호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배제는 당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지만, 그 폭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문제"라며 "정부의 서민금융지원 정책은 취약계층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저리자금 이용기회를 확대하는 방식이었는데,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축소하고 취약계층의 부채를 확대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상환능력이 없는 서민의 경우 소액의 경우라도 긴급 대출시 상환하기 어려우므로 복지차원의 자금을 제공하든지, 상환능력을 고려한 상환계획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병원비 등 긴급 생활안정자금의 경우 300~500만원 정도의 소액이라도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장기간 원리금 분할 상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중소자영업자의 사업자금은 금리 수준도 중요하지만 자금이용 기회 확보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자영업자에 대출할 때는 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서민금융기관이 사업성 검토와 사후관리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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