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은행, 중금리대출 취급·수수료 자율화 필요"
임종룡 "은행, 중금리대출 취급·수수료 자율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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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융위

2일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 간담회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이 고신용자·기업 대상의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대 중반 대출 상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임 위원장은 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전략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뜻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한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9개 지주사에서 참석했다.

임 위원장은 "서민금융상품을 은행에서 파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심사 기법이나 경험 측면에서 오히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캐피탈사보다 은행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은행 금리가 이미 자율화 된 상태니, 금리를 다소 더 받더라도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희망홀씨대출'처럼 시중은행들이 10%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해 서민금융의 사각지대를 없애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임 위원장은 최근 서민금융기관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로 들며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이 차주의 신용에 따른 금리 차등화가 이뤄지지 않고, 대출금 상환에만 몰려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이제는 은행도 자신들을 고신용·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하지 말고, 다양한 계층을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을 찾아온 저신용자에게 불가피하게 대출 집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주사 차원에서 계열 저축은행 등으로 '연계영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임 위원장은 "은행이 저신용 계층들에게 적당한 상품을 제공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계열사 간의 연계영업을 통해 적합한 상품을 소개하는 루트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지주사에서 직원들에게 연계영업 인센티브를 부여해 이같은 시스템을 유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민금융에만 맡기기 부적합한 부분을 은행과 금융지주에서 메워줘야 한다"며 "우리 금융이 적어도 서민금융에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는 방안"이라고 당부했다.

은행 수수료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과거에 수수료를 규제했거나, 그 지시가 현재까지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비중은 불과 25%"라며 "나머지 75%는 결국 경쟁업체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영 전략상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마치 금융당국에서 수수료를 규제해서 못 올리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평가다.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해 수수료를 책정하라"며 "다만 정부에서는 그렇게 결정된 수수료를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공개하고, 가장 유리한 수수료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안팎의 비판이 적지 않은 기술금융에 대해서는 "무늬만 기술금융, 은행 부실 가능성, 지속 가능성 여부 등 여러 평판을 잘 알고 있지만,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권에서는 기술금융이 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확대한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기존의 '담보'와 기술력에 따른 '성장성'을 모두 심사한다면 리스크는 줄어들어야 마땅하다"며 "자꾸만 은행이 손실을 입는다고 얘기하는 것은 TCB의 평가를 수용하지 않거나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정부가 기술금융에 대해 점수로 평가하는 시스템은 선진화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은행의 기술심사 기준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지주사 임원들의 건의에 따라 자회사간 정보 유통 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자회사끼리 고객 정보를 제공했을 때 고객에게 등기우편, 이메일 등으로 이런 사실을 알려야 했지만, 앞으로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괄 고지하는 등 다양한 고지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 고객정보유출로 인해 막혔던 '영업 목적의 자회사 간 고객 정보 제공'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궁극적으로는 규제를 점차 완화해야 하는 게 맞지만, 국민들의 신뢰가 쌓여야 규제를 풀 수 있다"며 "지주사의 설립 배경의 큰 축이 자회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계열사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아직 해당 법안이 개정된지 6개월밖에 안됐다. 이 자리에서 완화 시점을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금융지주사 아래에 있는 은행간의 입금·지급 업무 위탁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입금·지급 업무나 통장 발행, 각종 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를 위탁하면 계열사인 다른 은행 지점에서도 기본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식이다. 같은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신한은행과 제주은행,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이 대상 은행에 해당된다.

해외진출 관련 규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날 신한금융지주 전략담당 임원은 "해외시장 진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외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 인력 파견 등 걸림돌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해외법인에 신용공여시 담보확보 의무를 완화하고, 해외법인에 자금지원(대출)뿐 아니라 보증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복합금융점포에 보험사를 입점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객이 한 곳에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상품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보험사 입점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저축성 보험)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방카 25%룰'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복합금융점포 문제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만큼, 일단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논의된 사항을 포함해 내달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들은 금융개혁 자문단이 검토해 하반기 중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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