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던져진 면세점大戰, 최대 격전지는 '동대문'
주사위 던져진 면세점大戰, 최대 격전지는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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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유통업계의 면세점 대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관세청이 연간 5조원 규모의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3곳을 15년 만에 내놓자 무려 21개 업체가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접수 결과 대기업 7곳, 중소·중견기업 14곳이 입찰 경쟁을 벌이게 됐다. 사업권은 대기업 2장, 중소·중견기업 1장으로 각각의 경쟁률 3.5대1과 14대1을 기록했다. 관세청은 최대 2개월간 심사를 진행한다.

◇ 대기업 부문 7곳 입찰, 경쟁률 3.5대1

서울 시내면세점 대기업 부문 사업권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현대DF(현대백화점·중기컨소시엄) △신세계DF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호텔롯데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등 7곳이다.

예상보다 높은 경쟁률에 각 업체들은 지난 1일 오후 6시 마감시간까지 신청서 접수를 미루며 세부 조건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관광지로 손꼽히는 동대문에서는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외 신세계DF·명동 신세계본점, 한화갤러리아·여의도 63빌딩, HDC신라면세점·용산 아이파크몰, 이랜드·홍대, 현대DF·삼성 무역센터를 후보지로 확정했다.

▲ 왼쪽부터 호텔롯데의 동대문 피트인, 왼쪽 상단 SK네트웍스의 케레스타 빌딩, HDC신라면세점의 용산아이파크몰, 신세계DF의 신세계본점, 왼쪽하단 현대DF의 무역센터점, 한화갤러리아의 여의도63빌딩, 이랜드의 홍대 건물 완공 조감도. (사진=각 사 제공)

관세청이 사전에 공개한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경영능력(300점)과 관리역량(250점)에 가장 높은 배점을 두면서 5년간 운영할 면세사업의 경영진 능력을 우선시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가장 유리한 후보는 지난 30년간 면세사업을 운영해온 호텔롯데가 손꼽힌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서울 시내면세점 6곳 중 3곳(롯데면세점 소공·월드타워·코엑스점)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등의 면세사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과점 논란에 사로잡혀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매출액은 3조9494억원으로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시내면세점만을 놓고 비교했을 때는 그 비중이 65%에 달한다. 하지만 롯데 측의 입장은 또 다르다. 오는 12월23일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면세 특허권이 만료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입찰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HDC신라는 국내 면세업계 2위를 이끌고 있는 신라면세점의 운영 노하우를,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의 국산 브랜드의 발굴 및 육성방안, 한화는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의 6개월간 성장 실적 등을 강조했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전무 한 이랜드의 경우 세계 최대 면세기업인 '듀프리'와 협약을 맺었다. 전세계 2000여개 면세매장을 보유한 듀프리는 면세점 핵심 제품인 명품과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부문을 이랜드면세점에 공급, 지원키로 했다. 현대와 신세계 또한 백화점을 키워낸 경영진들의 능력을 바탕으로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대기업 부문의 경우 경영진의 능력 평가에서 큰 점수 차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때문에 △관광인프라 등 주변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 총 450점 부분에서 기업 간 점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들은 관광특구를 중점으로 한 면세 사업지를 선정, 주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및 상인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면세 및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개발하고, 기존 면세점을 경영한 경험이 풍부한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 DF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중견기업 14곳…최대 격전지 '동대문'

사업권 1개가 배정된 중소·중견기업의 제한 경쟁에는 △유진디에프앤씨(유진기업) △파라다이스그룹 △에스엠면세점(하나투어) △중원면세점 △그랜드관광호텔 △동대문듀티프리(한국패션협회) △서울면세점(키이스트) △세종면세점 △하이브랜드듀티프리 △듀티프리아시아 △청하고려인삼 △동대문24면세점 △SIMPAC △신홍선건설(제일평화시장) 등 14곳이 도전장을 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100% 출자를 바탕으로 한 곳은 유진기업과 파라다이스그룹 중원면세점, 그랜드관광호텔, 세종면세점 등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는 관련 업체들이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한 합작법인 형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14개 중 6개(그랜드관광호텔·한국패현협회·중원면세점·서울면세점·제일평화시장컨소시엄·동대문24면세점) 업체가 동대문을 후보지로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 부문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가 포함되면 총 8개 업체가 동대문을 시내면세점 최적의 후보지로 꼽았다.

▲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에 뛰어든 기업 중 8곳이 동대문 상권을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림=네이버지도 표기)

이들이 동대문을 선택한 이유는 면세사업 매출의 80%정도를 차지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는 600만명, 대한상공회의소 집계결과 이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는 명동(86.7%), 동대문(72.0%), 인사동(28.7%)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 유동인구 100만명에 달하는 동대문은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관광특구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생긴 이후 쇼핑은 물론 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모두 갖춰진 최적의 지점"이라면서 "최근 10여년간 침체돼있던 곳에 면세점 샤워효과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를 기반으로 한 시너지 효과도 중소·중견기업의 특징이다. 유진기업은 서울 여의도 옛 MBC 사옥을 후보지로 정했다. 기존 방송설비와 스튜디오 등을 활용해 한류열풍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해당 건물에 서울관광종합상황센터를 유치, 한류 문화체험을 연계로 한 차별화된 면세점 쇼핑까지 '원스탑(One Stop)'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배용준이 최대 주주로 있는 연예기획사 키이스트는 시티면세점을 운영하는 시티플러스와 협약을 맺고 '서울면세점'이란 이름으로 입찰전에 참여했다. 배용준을 중심으로 김수현, 이현우, 한예슬 등의 한류 스타들이 대거 소속된 만큼 면세사업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원면세점은 호텔롯델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복합면세타운'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이 5개층에서 패션·시계·액세서리를 중원면세점이 2개층에서 술·담배·잡화를 판매한다.

이외에도 △파라다이스그룹·명동 SK건설빌딩 △에스엠면세점·인사동 하나투어본사 △세종면세점·명동 세종호텔 △하이브랜드듀티프리·양재 하이브랜드 쇼핑몰 △듀티프리아시아·종로 △청하고려인삼·부암동 등을 후보지로 제시했다.

한편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주 지역 1곳에는 제주관광공사와 엔타스듀티프리, 제주면세점 등 3곳이 신청했다.
 
향후 관세청은 특허심사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서류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7월 초 각 후보지를 현장 방문해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관광·고용·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를 평가한다. 최종 발표는 7월 중순경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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