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유커'는 옛말?…1인 구매액 2년간 36% 감소
'큰 손 유커'는 옛말?…1인 구매액 2년간 36%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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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유통업계 '큰 손'으로 불리던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명품 위주로 쇼핑을 했던 반면 최근에는 중저가 화장품이나 패션 상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5월20일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을 찾은 유커의 구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늘었다. 전체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유커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유커 한명당 구매액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유커 1인당 객단가는 지난해 65만원이었던 반면 올해는 58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1% 적을뿐만 아니라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36%나 줄어든 수치다.

롯데면세점의 실적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1~3월) 유커 매출은 전년 대비 50% 늘었지만 1인당 객단가는 지난해 90만원에서 11% 적은 80만원에 그쳤다.

결국 유커들의 국내 방문 수가 증가하면서 매출 실적은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환율 변화에 따른 명품 고객 감소 △유커의 평균 연령 하락 △개별 여행객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유커 선호 품목(매출 기준)은 화장품, 패션, 시계·보석 등의 순서로 집계됐다. 지난 2년과 비교해 올해 처음 화장품이 선호 품목 1위에 오른 것이다.

또 올해 4월까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유커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브랜드는 중저가 패션의류·화장품을 취급하는 '스타일난다'였다. 2~3위 역시 각각 LG생활건강(화장품), 라인프렌즈(네이버 라인 관련 상품)로 명품·패션의류와는 거리가 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일본 현지 가격이 낮아져 고가 패션 제품의 매출 성장은 둔화되는 추세"라며 "그러나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화장품 인기는 더 높아져 유커 구매 품목 중 화장품 매출이 패션 매출을 올해 처음 앞질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애비뉴엘(명품관)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작년보다 명품매장을 찾는 중국 고객 수가 10~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 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유커들의 연령과 기호 등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후·수려한·설화수 등 국산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9층과 11층 등 총 2개층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전 오픈한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도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 화장품 전문존'을 신설했다.

본점은 지난해 8월 국내 면세점으로는 처음 '키즈존'도 마련했다. 중국의 '두 자녀 갖기' 정책으로 유커들의 육아용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산이 많은 '부자' 중국인을 잡기 위한 대책도 서두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올해 상반기 중 중국 4대 은행(중국·공상·건설·농업)과 연계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현지 은행 관계자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 다양한 할인 및 사은 혜택을 앞세워 이들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종합금융서비스) 고객들이 롯데백화점을 찾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젊은 유커, 이른바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 세대)족을 겨냥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중국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향력이 큰 파워블로거들을 초청, 직접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이용하는 '팸투어'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팔로워가 최대 200만명에 이르는 이들이 팸투어에 참가한 뒤 자신의 블로그 또는 SNS 등에 긍정적 후기를 작성하면 일반 온라인 광고보다 더 큰 홍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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