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007년은 어떤 색일까
우리의 2007년은 어떤 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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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을 넘어가면 이제 내년도 경기전망이 공식, 비공식 경로를 통해 나오기 시작할 때다. 그래서인지 일찌감치 남들은 다 내놓는 내년도 경기전망을 우리는 왜 아직 안 내놓느냐고 보채는 미디어도 있고 주변국들의 상황을 개미 한여름에 식량 나르듯 부지런히 물어다 싣는 미디어도 있는 게 이즈음 국내 미디어의 상황이다.

EU지역은 올해보다 낮은 2% 성장 전망을 하고 있으나 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비슷하겠단다. 사상최대의 흑자 때문에 위안화 절상압력이 거세져 중국은 괴롭고 일본은 경기회복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은행대출이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엔화도 강세를 보이며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상이 반영되고 있다고도 한다. 미국은 헨리 폴슨 신임 재무장관의 취임 일성이 무역적자 해소여서 무역상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리의 주요 교역상대국들의 실상이 이만한데 우리는 어떤 전망을 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일이다. 이미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상으로 간접적이지만 답을 내놓은 셈이라면 한국은행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투덜대는 재경부 입장 또한 밝혀진 셈인데 문제는 기관 간 조율이 안 된 상태라는 점이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 대한 해석이 일사분란하게 나오는 것만 능사는 아닐 터인데 양측의 목소리가 따로 논다고 비난한다. 이것도 일종의 구습 아닌지 모르겠다.

광고 카피로도 등장했지만 우리 주변에는 무서운 속도로 선진국을 향한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는 중국이 있고 장기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며 승승장구하는 경제 덕분에 정치적으로도 기고만장하는 일본도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북한은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을 수 없으니 제재를 풀라며 아슬아슬 벼랑 끝으로만 치달아가고 있다.

그런 속에서 국내적으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단지 관념으로만 존재하던 각 분야 자율에 의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켜가는 지난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시시콜콜한 일까지 하나하나 다 대통령의 지시만 기다리는 식의 타율을 벗어던지는 과정이 결코 수월할 리 없다. 단시일 내에 완성될 일도 아니다. 더욱이 이런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기존 사고의 틀에 맞춰 해석하려는 여론주도 그룹들의 혼돈도 계속되고 있다. 탈각의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수반되겠으나 그 과정에 대한 이해 여부에 따라 견디는 힘에 큰 차이가 있을 터이다.

그런 사고의 변화, 사회적 탈바꿈의 길에는 요즘 시끄러운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전시작전통제권이라는 항목도 자리 잡고 있다. 전작권이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자주국방과는 무관하다 다툼들이 벌어지지만 우리가 제발 이 땅을 지켜달라고 매달리는 것과 서로의 필요에 따른 군대주둔으로 보고 당당하게 상대하는 것은 천양지차가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외국 군대를 불러들인 첫 사례는 신라가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결성된 나당연합군이 될 것이다. 그 후로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대를 불러들인 예가 있고 현재 우리 땅에 미군이 주둔하는 단초가 됐던 한국동란에 유엔군 진주가 있다. 적어도 우리가 능동적으로 불러들인 외국군대는 이게 전부다. 구한말 정파끼리 일본과 청을 불러들였으나 국가 차원에서 요청한 게 아니고 2차대전 종전과 더불어 진주한 미군 역시 우리의 요청과는 무관하다.

나당연합군을 불러들인 결과는 민족강역의 축소로 이어졌고 명나라 군대를 불러들인 대가는 이후 서민들의 뼛속에까지 사대주의를 각인시킨 아픈 상처를 남겼다.자주국방이 한미 공조 와해라는 주장을 보며 안타까운 것은 그들 발언 속에서 절절히 물든 우리 사회의 노예근성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국방과 안보는 결코 모험적 선택을 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큰형님만 믿으면 안전하다는 식의 발상이 안전을 보장할 리도 없다.
우리 사회가 지금 한창 탈바꿈을 하는 데는 정치 외교적인 것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체질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그걸 누가 모르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많을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은 말하는 만큼 그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는 충분치 않은 성싶다.

재벌 비리를 문제 삼는 데 대기업의 효용성을 말한다. 그렇다고 재벌이 곧 대기업이냐고 물으면 답이 엉킨다. 우리 사회의 사고회로는 아직 사람과 조직의 분리가 잘 안되는 유아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이 미우면 조직까지 박살낼 듯 공격하고 사람이 좋으면 해체돼야 마땅할 조직까지 끌어안고 끙끙대며 함께 넘어질 위기를 자초한다.

이즈음 난무하는 비판들은 그래서 공허함 투성이다. 비판자 스스로의 논리가 만수산 드렁칡처럼 엉켜버린 형국이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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