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銀, 글로벌 경쟁력 기로에 서 있다
국내銀, 글로벌 경쟁력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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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硏,"수익-건전성 앞서지만 사업구조, 경영인프라 취약"


"지난 2004년 이후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국내 은행이 글로벌은행으로 도약할 것이냐 아니면 군소은행으로 전락할 것이냐는 기로에 서있다"
 
지난 8일 삼성경제연구소는 '은행경쟁력의 국제비교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은행들이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지 않을 경우 외국계은행들로부터 '안방'을 내줄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국내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미국은행보다 다소 앞선 수준이지만 사업구조나 경영인프라 측면에서는 미국은행에 비해 열세"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행은 증권화 추세에 부응해 자산유동화, 투자은행 업무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고, 비이자수익의 비중을 크게 높인 반면 일본과 한국은행은 대기업의 대출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대업무에 크게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 미국은행은 IT투자, 금융전문인력 양성, 리스크관리강화 등 경영인프라 측면에서도 국내은행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점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거의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 은행과 달리 관계형 금융의 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한미FTA 타결이 이뤄지는 등 글로벌경쟁이 심화될 경우 국내금융시장에서의 우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반은행의 지난 2005년 당기순이익 9조2000억원으로 지난 2004년6조 4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고의 순익을 달성했다. 특수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조4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일반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도 크게 개선된 상태. 지난 2005년 국내 은행의 ROA는 1.2%, ROE는 20.3%로서 외환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미국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무수익여신 비율 등 건전성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품개발이나 자산운용, 리스크관리 등의 국제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보고서는 국내 일반은행의 이익증가가 은행구조조정과 기어의 실적호전, 대형부도 감소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감소에 기인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등 금융산업의 초국경 경쟁이 심화될 경우 은행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긴요한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적 대형 은행의 국내 진출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고, 한미 FTA를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국내은행이 세계적인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행은 증권화 등 금융시장 변화를 선도하면서 국제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화의 진전으로 전체 신용공급에서 은행대출의 비중이 감소했지만 자산유동화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해 수익기반을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국내은행은 예대마진 등 전통적인 사업구조를 고수, 금융환경 변화에 사업구조 적합성 제고에 실패한 상황이다. 특히 수익부문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경영인프라 측면에서도 국내은행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행은 IT투자나 금융전문인력, 리스크관리 등의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 유지에 나서고 있다. 미국대형은행의 IT투자금액은 총자산의 0.5-06%에 달해 유럽,일본, 국내은행을 크게 앞지르고 있며 리스크관리기법의 발전도 여타국가들을 선도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반해 국내은행은 인플라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고, 리스크관리 등의 도입에서도 구미은행에 대해 현전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통적인 경영관행이 강하게 남아 전문인력 확보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국내은행은 수익성과 건전성 등 계량지표는 우수하지만 사업구조와 경영인프라 등의 경쟁력은 미국은행보다 열세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은 장기적으로 해외 유수 은행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으로 보이고, 외국은행의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은행과 기업의 유대가 취약해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유리한 가격 등의 조건을 내건 외국계 은행에 기업들이 거래은행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은행이 이에 걸맞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내금융시장에서마저 우위를 상실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내은행은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 장기적 투자에 신경쓰기보다는 가격경쟁 등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시장 등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주력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대형은행으로의 도약을 포기한 채 군소은행으로의 전락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국내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금융업무개발과 사업구조 다변화,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IT투자와 리스크관리강화 등 경영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충고하고 있다.
 
특히 증권화와 자본시장 발전에 따라 신용흐름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추세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고경영층을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을 따르는 경영문화 구축도 절실하다고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전문인력 확보와 외부채용및 내부양성 체계 구축으로 전문인력의 유지와 관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수 기자 pen@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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